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을 태운 특별열차가 철통 같은 보안속에 시베리아를 동서로 가로지르고 있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관련한 궁금증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본다._방러 일정은
“김 위원장은 하산에서 모스크바에 이르는 9,334㎞를 오로지 열차로 이동한다. 26일 하바로프스크에서 1박한 뒤 쉬지 않고 달려 29일 옴스크에 도착, 이곳에서 이틀간 머물며 탱크 제조회사 등을 둘러볼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르쿠츠크 노보시비르스크 등을 거쳐 3일께 모스크바에 도착한다. 기착역 등 여행일정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김 위원장이 ‘내키는 곳이면 어디든 정차할 수 있다’는 게 러시아측 입장이다. ”
_누가 수행하나
“연형묵 국방위원, 전희정 금수산기념궁전 외사국장 등 150여명에 이른다. 연 국방위원은 북한 군수산업이 밀집한 자강도 책임비서로 군사분야 협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전 국장은 지난해 6월 평양을 방문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기내에서 영접한 인물로 김 위원장의 의전 담당. 여기에 아세안지역 안보포럼(ARF)에 불참한 백남순 외무상, 기계공업 부문에 해박한 곽범기 부총리 등 내각의 수장들이 실무협상을 위해 동행한 것으로 관측된다.
24일 미리 방러한 김용삼 철도상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의 한반도 연결문제를 러시아측과 협상중이다.”
_왜 열차를 이용하나
“무엇보다 안전하기 때문이다. 항공기를 이용할 경우 미사일 공격 등에 노출될 수도 있다고 북측은 믿고 있다. 고소공포증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김 위원장은 북한 내에서 주로 헬기를 이용하며 항공기 탑승 경험도 있다.
열차를 애용했던 김일성 주석의 유훈을 좇는 측면도 있다. 북한에 국가원수 전용기인 공군 1호기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_장기 외유의 의미는
“20일 가까이 북한을 비워도 체제유지가 가능하다는 강한 자신감의 표출이다.
특히 김영춘 인민군 총참모장,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등 북한군 핵심 간부들이 동행하지 않은 것은 군부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의미한다. 거꾸로 만약의 사태를 우려해 군 고위간부들을 남겨뒀을 수도 있다.”
_열차 여행이 불편하지 않을까
“김 위원장이 탄 전용열차는 한마디로 ‘달리는 집무실’이다. 17개의 객차로 구성된 열차에는 침실 집무실 연회실 등 특급호텔 수준의 시설을 완비했다. 군비 담당인 제2경제위원회가 제작한 이 열차는 김일성 주석 전용열차 보다 질이 좋은 특수 재질을 이용해 제작됐다.
김 위원장은 열차 안에서 평양으로부터 통신 보고를 받고 정상적으로 업무를 본다.”
_러시아측 의전은
“공식 방문인 만큼 국가원수급 의전이 예상된다. 러시아측이 북측의 까다로운 의전절차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김 위원장의 방러가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푸틴 대통령의 지난해 7월 방북 때 펼쳐진 파격적 예우를 상기하면, 러시아측도 이에 준하는 의전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역에 나가 김 위원장을 직접 맞을수도 있다.”
_몇 번째 외국 방문인가
“1993년 국방위원장 추대 후 세 번째이나 공식 방문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5월과 올 1월 각각 3, 5일간 비공식적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러시아 방문은 57년 11월과 59년 1월 김일성 주석을 수행한 바 있어 이번에 세 번째. 65년 4월 반둥회의 개최지인 인도네시아를, 83년 6월 중국을 방문한 바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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