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천하’의 즐거움에도 그늘은 있다. ‘허준’으로 사극 열풍의 진원지 역할을 했던 MBC. 내년초까지 월화드라마는 사극으로 내보내겠다는 계획을 포기했다.대신 트렌디 드라마를 긴급 투입한다. 5~8%의 저조한 시청률을 보인 ‘홍국영’ 때문이다. 다음달 중순부터 ‘선희 진희’(김진숙 극본, 이주환연출)을 방영한다.
MBC는 당초 ‘홍국영’에 이어 조선시대 한 여인의 삶을 그린 사극 ‘다모’를 방송하고 나서 10월부터 최인호씨의 소설인 ‘상도’를 40부작으로 내년 초까지 내보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SBS의 ‘여인천하’와 KBS의 ‘태조 왕건’ ‘명성황후’에눌러 ‘홍국영’ 이 맥을 못추고 있다.
이유야 ‘태조왕건’ 등 사극이 무려 4편이나 방송돼 드라마의 다양성을 요구하는 ‘시청자의요구’로 내세우지만 결국은 시청률 때문.
이주환PD는 “ ‘선희 진희’는 요즘 드라마의 주조인 선악의 대결에서 벗어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다룬다.
이상을 중시하는 여자와 현실을 중시하는 여자, 둘의 삶과 사랑을 중심 축으로 드라마를 전개할것”이라고 설명했다.
‘선희 진희’는 일반 드라마에서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던 환경문제가 소재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개인적인 부와 사랑을 희생하고 힘없는 환경 피해자를 구제하는 일에 뛰어든 선희가 불법 폐기물을 매립하려는 기업주의 아들과 사랑에 빠지면서 겪는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과 성공을 그린다.
더불어 사는 인생에 의미를 둔 희생적이며 이상적인 여인 선희 역은 첫 드라마 ‘맛있는 청혼’에서곧바로 주연을 따내 주위를 놀라게 했던 손예진이 맡았다.
반면 나를 위해 사는 것이 인생이라는 믿음 속에 성공을위해 살아가는 현실주의자 진희 역은 김규리가 맡았다.
‘선희 진희’ 가 ‘쿨’(KBS) ‘로펌’(SBS) 등 요즘 트렌디 드라마가 10% 내외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의 외면을 받고 있는 가운데 ‘선희진희’가 얼마나 선전할지는 미지수.
차별화한 트렌디 드라마를 선보이겠다는 MBC 이진석 PD의 ‘네자매이야기’ 도 기존 트렌디 드라마를 답습하는데 그쳐 시청자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
‘선희 진희’ 제작진이 전형적인 선악 대립구도를 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극의 전개에 따라 충분히 그럴 소지가 엿보인다.
또 요즘 트렌디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출생의 비밀과 주인공의 죽음이 중요한 극적 장치로 활용돼 차별화와 독창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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