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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포럼 / 주5일 근무제 선행조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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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포럼 / 주5일 근무제 선행조건 필요한가

입력
2001.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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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안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주5일 근무제를 입법화하겠다는 방침을밝힌 가운데, 재계와 노동계가 주5일 근무제의 선행조건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재계는 “원칙적으로 주 5일 근무제에 동의하지만 현행 휴일 휴가제도를 축소하고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주5일 근무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있다.

[찬성] 탄력적 근로시간데 확대 연장근로수당 먼저 낮추고…

경영계는 주5일 근무제가 우리 사회가 장기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는 인식에서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원칙적으로 찬성하며 이 사안은 이미 지난해 10월 노사정위원회에서 총론적인 방향에 대한 노사합의가 이루어진 바 있다.

그러나 단순히 법정 근로시간만을 40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이 아니라 휴일ㆍ휴가제도 등 근로시간 제도 전반에 걸친 개혁이 함께 이루어지는 방향으로주 5일 근무제 도입이 추진되어야 한다.

만약 기존의 휴일 휴가제도를 그대로 존치한 채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될 경우연간 휴일ㆍ휴가 일수는 153~163일로 늘어나게 된다.

이럴 경우 우리는 미국(142일), 일본(129~139일), 영국(132~137일), 독일(140일),프랑스 (145일) 등 선진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쉬는 나라가 될 것이다.

따라서 주5일 근무제 도입 시 연간 휴일 휴가일수를 선진국 및 경쟁국 수준에 맞추어 조정해야 하며, 주 6일 근무를 전제로 하여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특유의 유급 월차휴가 및 생리휴가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특히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주 5일 근무제를 조속히도입해야 한다는 견해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는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경시해서가 아니라 주 5일 근무제가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이 관광산업 진흥보다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감안, 상당한 유예기간을 두고 추진되어야할 것이다.

주 5일 근무제 연내 도입 보도가 나간 뒤 한국경영자총협회에는 많은 중소기업으로부터 비난, 항의성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중소기업의 실 근로시간은 주당 50시간을 상회하고 있어,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될 경우 이들 중소기업은 생존 자체를 위협 받을 정도로 타격을 입게될 것이다.

이 밖에도 연장근로수당을 현행 50%에서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맞게 25%로 낮추어야 하며, 현행 2주 또는 1개월 단위의탄력적 근로시간제를 1년 단위로 확대하는 등 근로시간 제도를 국제기준에 맞추어 개선하는 것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안정한 국면에 처해 있다.기업수지는 계속 악화하고 수출은 감소하고 있으며, 기업의 투자계획은 축소되고 있다.

25년 만에 미국, 일본이 동시불황을 겪고 있는 이례적인 상황은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시기에 관련 제도의 개정 없이 무리하게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할 경우 득보다는 실이 많게 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근로자의 삶과 질 향상과 기업의 경쟁력 제고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방향에서 주 5일 근무제 도입이 추진 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이사

[반대] 연간 노동시간 선진국 2배 연월차 사용여건 조성하고…

주5일 근무제 도입의 핵심은 결국 노동시간을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하자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의 의의와 목적은 노동자를 비롯한 국민의 삶의 질 제고와 실업문제 해결이 핵심이다.

여가가 늘어나고 산업재해가 줄어들며 내수확충을 통한 경기활성화가된다는 것은 부수적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노동시간 단축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생각을 집중해야 한다. 법정 노동시간을 줄이고 잔업을 하지 않도록 규제하는 한편 휴일과 휴가는 늘리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병행될 때 실제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선진국의 연간 노동시간이 1,400시간에서 1,800시간인데 우리의 경우 2,500시간에서3,000시간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정부와 재계의주장을 들어보면 본말이 전도된 것 같다. 초과근로시간의 임금을 줄이겠다는데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왜 잔업이 많은가.

사용자가 잔업을 강제하거나잔업을 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잔업수당 할증율을 높이든가 잔업시간의 법정 최고한도를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다.

연월차 통폐합 문제도 그렇다. 연월차를 줄인다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연월차를 유지, 혹은 늘리고 연월차 부여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것 뿐 아니라 실제로 모두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월차를 연차로 통폐합하는 경우 노동자의 53%에 달하는 열악한 근무조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생리휴가를 없애거나 무급화하는 것도 모성과 여성보호라는 관점에서 어불성설이다.

탄력적근무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탄력적 근무제는 과거 장시간 노동을 조장했던 핵심 원인으로 1989년 노동법 개정 시 폐지되었다가 1997년 법개정에서 2주단위 및 4주단위로 제한적으로 부활된 것이다.

외국의 경우 주 40시간제를 시행하면서 탄력적 근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우리 노동조합 조직률이11%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기업별 교섭으로 노동자의 위치가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산별 업종별 노사합의 등을 전제로 점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부작용을최소화하는 길이다.

또우리 노동자들은 임금수준이 낮아서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여가가 늘어나면 지출요인도 늘어난다.

따라서 시간단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노사정이 합의한대로 어떤 경우에도 임금보전을 법으로 명문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 5일 근무제를 도입한다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실업문제의 해결과 내수창출을 통한 경기회복에 기여하는 바가 더욱 클 것이다.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경우 저임금 장시간 노동 등 보호의 필요성이 큰 만큼 각종 지원조치를 강구해서라도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효과가 극대화된다고본다.

이정식/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작년 노사정 포괄적 합의 유급월차.생리휴가폐지등…

‘주5일 근무제 도입’이란큰 방향에는 노사간에 이견이 별로 없다. 외국의 경우, 미국 일본 오스트리아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주5일 근무제(주40시간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중국도 1995년에 도입했다. 프랑스는 1998년 35시간제를 도입해 근로시간 단축이 세계적 흐름임을 반영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0월 노사정위원회가 ‘근로시간 단축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주 5일 근무제에 관한 포괄적 합의를 이뤘고, 이를 바탕으로 최근 정부는 연내에 주 5일 근무제를 입법화하겠다고 밝혔다.

쟁점은 주 5일 근무제 도입의 선행 조건들이다. 우선, 휴가 휴일의 축소 여부.재계는 주5일 근무제가 그대로 시행될 경우 현행 연월차, 생리 휴가 등을 합쳐, 휴가ㆍ휴일 수가 153~163일로 늘어나 미국(142일), 일본(129~139일), 영국(132~137일),독일(140일), 프랑스(145일) 보다 많게 된다며 유급 월차ㆍ생리 휴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비정규 근로자들에겐 그나마 월차 휴가라도 보장해야한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으며 유급 생리휴가 폐지에 관한 여성계의 반발도 만만찮다.

임금제도에 관한 부분도 엇갈린다. 재계는 휴일이 늘어나는 만큼 초과 근로시간의 임금을 현행 1.5배에서 1.25배로 낮추고 근무하지 않는 토, 일요일 임금을 없애자는 주장이다.

노동계는 근로시간이 줄었다고 임금과 근로조건을떨어뜨리면 ‘빛 좋은 개살구’라며 현행 제도의 유지를 고수하고 있다.

시행시기도 민감한 사안이다. 재계는 주 5일 근무제가 중소기업에 상당한 타격을주게 된다며 10여년에 걸친 단계적 시행을 주장하지만 노동계는 2002년 실시해 2004년에 완료하자는 입장이다.

결국 재계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우려하지만, 노동계는 오히려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인한 생산성 증가를 주장한다.

원칙에 대한 동의와는 별개로 이처럼 주 5일 근무제를 바라보는 노사간 인식의 차이가 크기때문에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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