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이 대붕괴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온라인 서점의 책값60% 할인 이벤트 등으로 극명화한 도서정가제 파괴, 돈놓고 돈먹기 식의 자사 책 사재기에 의한 베스트셀러 조작. 최근 불거진 출판계 2대 현안은그 분명한 징후입니다.한국서점 조합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00여 개, 올해 360여 개의 서점이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
출판평론가 한기호씨는“출판사-도매상-서점으로 이어지는 출판 유통의 세 고리가 이 와중에서 나만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에 자기파괴적 행동을 계속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98년IMF 직후의 연쇄부도 사태와는 또 다른 근본적 붕괴라는 전망입니다.
최근 사재기 대책으로 베스트셀러 집계방식 개선방안을 논한 자리에서 출판인들은 사재기에 대한 ‘법적’ 제재 가능성 여부를 조심스럽게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지난번 폭우에 동대문 서점가가 침수되면서 1,000만 원어치가 넘는 신간을 고스란히 날렸다는 한 작은 출판사 편집자는 허겁지겁 새로 찍은 책을보여주면서 “엎친 데 덮친다더니…”라고 한숨을 쉬더군요.
비교적 큰 출판사의 편집자로 있다가 십몇 년만에 독립해서 괜?S은 책들을 내온 젊은 출판인은 “요즘 같아서는 독립하기보다는 안정적인 출판사에 있으면서좋은 책을 내는 게 나을 뻔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출판사 기획자로 일하다가 지금은섬으로 낙향한 어떤 젊은 문인의 홈페이지를 얼마 전에 들어가본 적이 있습니다.
거기 올라있는 “10년쯤 굴러 먹는 동안… 출판의 속성이란 것도 엿보게 되었다… 출판계는 아직 중세의 성에 갇혀 있다”는 글이 따갑더군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화의 기본인 책이 찢어발겨져 나가는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요. 한기호씨는 “이제 외부의 조건에 의해 책 시장을 진작시킬 길이란 모두 사라지고 없다.
오로지 내부 종사자들의 굳은 결심과 공덕심을 바탕으로 한 중대한 결단이 필요할뿐”이라고말하는군요. 그 결심을 이끌어낼 방안이 절실합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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