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회사채 신속인수제 시한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신속인수 혜택을 받고 있는 기업들에게 대대적인 비상이 걸렸다.현대건설,하이닉스반도체, 현대석유화학, 현대상선, 쌍용양회, 성신양회 등 신속인수 대상 6개 기업의 경우 신속인수 제도가 사라지는 내년에 만기 회사채 규모가 총 6조원 이상에 달해 또 한차례 ‘회오리’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26일 채권단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컨설팅을 맡은 ADL사는 보고서에서 내년 만기도래하는 7,600억원의 회사채 중 60% 이상인 4,500억원 가량은 차환발행이 이뤄져야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이연수(李沿洙) 부행장은 “올해 2조9,000억원의 채무재조정이 이뤄졌지만 연말로 회사채 신속인수가 종료될 경우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며 “재무구조가 급속히 개선돼 자체적으로 차환발행이 이뤄진다면 다행이겠지만 상황이 그다지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 내년 하반기가 관건이다. 상반기에 도래하는 1조원의 회사채는 채권단이 1조원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함으로써 이미 상환했거나 에스크로어카운트(별도관리계좌)를 통해 상환자금을 확보해두고 있는 상태.
하지만 하반기에 무려 2조원의 만기 회사채가 집중 도래,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지 않는 한 자체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내년에 각각 1조1,000억원과 6,400억원의 만기 회사채가 도래하는 현대상선과 현대석유화학 등 다른 현대 계열사들도 다급하기는 마찬가지.
현대유화 채권단 관계자는 “회사측이 내년에 자체적으로 상환할 수 있는 회사채는 거의 없다”며 “신속인수가 중단되면 회사채 보유기관이 전액 차환 발행해줘야 하는데 2금융권 등의 반발이 심해 상당한 진통을 겪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양회 역시 올해 1조7,000억원의 전환사채(CB) 인수 등 적극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내년 도래하는 6,000억원의 회사채를 감당하기 힘든 처지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현재 상태가 유지된다면 내년 만기 도래 회사채는 소화하기 어렵다”며 “회사와 대주주인 일본 태평양시멘트 측이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내년에 3,000억원의 회사채가 만기도래하는 성신양회 역시 채권단이 연말에 신규자금 지원 등을 통해 회사채 상환액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연장하든지, 아니면 이들 기업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신속인수 혜택이 끝나면 결국 채권단이 다시 한번 채무 재조정에 나서게 돼 시장 불안만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며 “자체적인 신용 만으로 회사채를 차환발행할 수 있을 만큼 금융환경이 개선되거나 이들 기업의 사정이 좋아지지 않는 한 정부 차원의 적절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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