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얼마나 갈까? 25일 KBS가 가요순위 프로그램을 없앤다고 발표했다.그러나 그것이 ‘영구적’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방송사는 가요순위프로그램의공정성 여부가 문제가 될 때마다 ‘폐지’란 카드를 빼 들었고, 그때마다 의견이 엇갈려 왔기때문이다.
최근 가수들의 출연거부 사태의 발단 역시 그 밑바닥에는 가요순위프로그램에 대한뿌리깊은 불만이 자리잡고 있지만, ‘폐지’에 대한 의견은 각각이다.
연예제작자협회는 KBS가 가요 순위프로그램 폐지의 시동을 건 데 대해 일견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서희덕 대변인은 “제작자와의 불협화음이 생길 소지를 줄이자는 취지로 이해된다.
이번 기회에 10대 위주의 댄스장르 편중에서 벗어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출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군소 제작자의 경우그나마 순위프로그램이 있어 신인들을 소개할 수 있었다.
이제 명목상의 순위마저 없어지면 프로그램 출연 기회가 그야말로 스타를 여럿 가진 대형 기획사에게만 주어지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표시했다.
순위 선정의 공정성을 기하자는 것이었지 순위 자체를 없애자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단 순위의 위력이 없어지니 방송사 측에 좀더 자유로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위’라는 상징성이 없어 아쉽기는 하다”는 대형 기획사측의 의견도 있다.
지난해 ‘문화개혁 시민연대’에서순위프로그램 폐지를 줄기차게 외쳤을 때 한 방송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없애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제작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IMF직후 순위 프로그램이 폐지되었다가 되살아난 것도거의 제작자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폐지에 대한 제작자들의 엇갈린 의견은 머지않아 폐지가 부활로 바뀌리라는 예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단지 제작자들의 요구 때문만은 아니다. 가뜩이나 오락 프로그램에 스타 섭외가 어려운 형편에 ‘순위’의 위력마저 없어지면 방송사로서는 프로그램제작 전반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이 일제히‘폐지’에 합의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끝없이 의심을 받고있는 가수와 방송의 더러운 커넥션이 서로에게 이익을 주는 순위프로그램을 포기하게 만들겠냐는 극단적인 분석도 있다.
순위프로그램 폐지는 가수와 방송의 마찰을 해소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각종 오락프로그램을 통해 가수들을 ‘소모’하는 방송과 기꺼이 그 ‘소모품’으로 전락하면서까지 인기로 이익을 챙기려는 가수와 제작사들, 그리고 불투명한 음반 유통시장 등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않는 한 가요 순위프로그램의 폐지는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일 수 밖에 없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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