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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장애도 편견도 네바퀴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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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장애도 편견도 네바퀴밑에…

입력
2001.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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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없는 것이 길이 된다연세대생 박대운(朴大雲ㆍ30ㆍ신문방송학과 4)군은 자칭 타칭 ‘불량 장애인’이다.

‘두 다리가 없는 장애인은 장애인인데, 전혀 불쌍하지 않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손톱만큼도 생기지 않는 놈’이라 해서 친구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박군도 이 말을 좋아한다. 그는 이 말을 자신을 장애인이라는 편견 없이 보통 사람과 동등하게 보는 말로 생각한다.

과연 그는 불량스럽다.

신장 1m, 신발을 신은 대신 휠체어를 탄 몸으로 미대생에서 신문방송학으로 전공을 바꿔 대학을 두번씩 들어가고, 유럽 5개국 2,002㎞를 자전거로횡단하고 한국과 일본 땅 4,000㎞를 누비는 비장애인도 엄두 못 낼 일을 해냈으니.

그 몸으로 고교 때부터 수많은 여학생을 꼬시고(?) 다니며,야한 삼각형 수영팬티를 입고 수영장을 드나들고, 당구 치고 술 마시고 노래방에 간다.

박군의 에세이 ‘내게없는 것이 길이 된다’는 바로 자신에게 결핍된 신체의 두 다리, 그로 인한 치유할 수 없는 상실감을 오히려 멋진 꿈으로 역전시킨 청년의 고백이다.

젊음의 패기가 철철 넘치면서 꼭 그만큼의 감동의 눈물을 자아내는 토로이다. “나에게 꿈이란 것은 실현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키운 꿈이 실현되었기 때문에 나를 지탱한 것이 아니라, 꿈을 간직하고 있는 자체가 나를 지탱한 것이다.”

그는 여섯 살 때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무쇠 팔 무쇠 다리 로케트 주먹’ 마징가 Z를 좋아했던 꼬마는 주위의 반대에도 일반 학교에 입학해 또래 친구들과 같이 구르고 뛰놀며 웃었다.

재수 끝에 대구대 미대 서양화과에 입학, 그림에 빠지고 사랑에도 빠졌지만 그는 회의했다.

“왜 화가들 중에는 장애인이 많은가,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그림인가?” 자퇴하고 스물여섯 살에 다시 수능 공부를 해서 연세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다.

이후로도 그는 극한상황에 몸을 내던져 자신을 찾고 싶다는 욕망에 들끓었다.

지리산 노고단을 휠체어로 오르고, 98년 방콕아시안게임 성화 봉송 주자로도 나섰다.대학 졸업 후에는 국제기구에서 일할 것을 꿈꾸고 있다.

이미 사고가 나기전부터 두 집 살림을 하던 아버지, 자라면서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갖지 못한 것을 그는 자신이 가장 ‘하기 싫은 이야기’라고 책에서 고백했다.

착한 학생, 모범생이 되기보다는 “봐라, 나는 이런 놈이다. 몸이 불편해도 하고 싶은 것은 다 한다.

나를 다리 병신으로 보지 마라”는 오기로 오히려 삐딱한 세월을 보냈던 학교 시절, 제발 오지 말라는 목욕탕 주인의 말을 일부러 거스르며 하루에 세 번씩 목욕탕에 드나들어 오히려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게 된 일 등등.

쉽게 털어 놓기는 힘들었을 성(性) 이야기까지 그가 들려주는 일화들은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편견을 매섭게 질타한다.

그는 2년에 걸쳐이 하기 힘든 고백을 글로 썼다. “아버지의 존재 이유는 아이에게 꿈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박군은 글을 쓴 이유를 말했다.

“내 아이에게는 내가 느끼는 상실감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단순한 의미에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내 책을 보고 ‘나도 아빠처럼 꿈을 오르며 희망에 도전하며 살아야지’ 하고 말할 수 있는 이야기였으면 합니다.”

미래의 그의 아이들뿐 아니라, 이미 꿈을 잃어버리고 하루하루 눈 앞의 삶의 멍에에 힘겨워하면서 그저 살아가는우리들에게 그의 글은 꿈과 희망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준다.

자칭 ‘불량 장애인’ 박대운씨.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도 어머니를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꿈이 나를 지탱했다”고 말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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