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 150조원의 초대형 국민-주택 합병은행이 김정태(金正泰ㆍ54) 합병은행장을 선장으로 삼아 힘찬 발진을 시작했다.‘최고의 장사꾼’이라는 찬사를 한 몸에 받아온 김 행장이 진두 지휘하게 될 합병은행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상당히 긍정적.
그러나 김행장이 두 거대은행의 합병후유증을 무난히 극복하고 과연 세계수준의 선진은행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지에 온 금융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합병은행의 위상은
합병은행은 6월말 현재 자산 규모가 154조원에 달해 세계 60위권 수준. 고객 수도 두 은행 고객을단순 합산할 경우 무려 4,100만명에 달해 명실상부한 국내 리딩뱅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게다가 국민과 주택은행이 상반기에 올린 당기순이익은 각각 6,625억원과 5,717억원으로 총 1조2,342억원. 특수은행과 지방은행을 제외한 11개 시중은행이 올린 전체 이익(2조5,582억원)의50%에 육박하는 이익을 독식한 셈이다.
여기에 규모 확대에 따른 이미지 개선, 전산 통합을 통한 비용 절감 등 ‘시너지 효과’ 까지 가세할 경우 더 이상 대적할만한 적수가 없는 독보적인 은행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특히 합병은행은 소매금융 쪽에서 강세를 보일 전망.지난해말 현재 주택자금대출의 90%, 가계대출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두 은행이 뛰어난 안전성을 바탕으로 고객 흡수에 나설 경우 중소형은행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아 금융권 구조조정을 다시 촉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향후 합병 절차 및 과제
합병은행 최대 난제였던 합병은행장 선임 문제가 마무리됨으로써 그동안 답보 상태였던 세부적인 합병작업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향후 합병 작업은 국민은행측 김유환(金有丸) 상무, 김덕현(金德顯) 상무, 주택은행측 김영일(金英日) 부행장, 대주주인 ING 대표등 총 4명으로 구성될 ‘톱 매니지먼트’에 의해 주도될 예정이다.
우선 가장 주요한 업무는 9월 중순까지로 예정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상장 승인 작업과 10월19일로 잡아놓은 합병승인을 위한 주주총회.
합추위 관계자는 “합병은행장이 선임됨에 따라 SEC측이 요구한 질의 자료에 대해 조만간 응답을 보내는 등 상장 등의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합병은행 사옥 선정 등 그동안 두 은행간에 이견을 보여왔던 문제에 대해서도 신속한 의사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합병은행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직 화합, 인력및 점포 구조조정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김 행장은 “당분간 두 은행 임원을그대로 유지하고 인력 및 점포 구조조정도 단기간에 강제적으로 수행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금융계에서는 합병은행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상당수 인력 및 점포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장은 “현재의 인력과 점포수준을 그대로 끌고 간다면 과도한 비용 부담 때문에 합병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무리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할 경우 두 은행 임직원간반목과 갈등까지 심화해 과거 합병 실패 사례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김정태씨 누구인가
국민ㆍ주택합병은행 CEO(최고경영자)로 선정된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명실상부하게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인’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특히 대신증권 상무와 동원증권 사장을 거치는 동안 ‘시장’의 위력을 체득했으며, 1998년 8월 주택은행장을 맡은 이후 시장의 움직임을 미리 간파해 경영하는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김 행장은취임 직후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적자를 내더라도 부실자산을 모두 털겠다’고 선언, 98년 결산에서 이익을 올리고도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적자를내 금융계를 흔들어 놓았다.
하지만 이 같은 그의 경영방식은 시장신뢰로 이어져 외국인들의 주식매수를 이끌어 내고 신용평가기관들로부터 최고 신용등급을획득했다.
그는또 1만2,000여명에 이르던 정규직원수를 1년 만에 9,000명으로 감축하고 1,7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며 주은금고 등 3개 부실 자회사를 정리하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은행 최초로 주택은행을 뉴욕증시에 상장하기도 했다. 외국 언론으로부터 ‘아시아에서손꼽히는 금융인’이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전남 광산 출생 ▲광주일고,서울대 상대,경영대학원 ▲대신증권 상무 이사 ▲동원증권 부사장 ▲동원창업투자 대표이사 ▲동원증권 사장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의원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김정태行長 "강제적인 감원 없다"
김정태 합병은행장은 26일 “소매금융에 주력해 세계적 수준의 은행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합병은행장 선정 사실은 언제 통보받았나.
“오늘 낮12시께 통보받았다.”
-김상훈 국민은행장과는 교감이 있었나.
“김상훈 행장이 합병은행 이사회 의장을 맡아줄 것을 간곡히부탁한다. 김 행장은 금융에 대해 탁월한 식견과 경험을 갖고 있다.”
-향후 은행 경영 비전은.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정말 세계적 수준의 은행을 만들겠다. 합병은행의 비전은 소매은행으로 잡았다. 이와함께 예금, 대출, 수익증권, 뮤추얼펀드 판매 등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점포 폐쇄는 있을 수 있지만 고객은 현재 수준에서 10% 이상 잃지 않도록 하겠다. ”
-경영진 구성은.
“내년 3월 합병은행 첫주총까지 두 은행 현 임원은 그대로 유지할 생각이다. 대신 양 은행 임원 4명으로 구성되는 ‘톱 매니지먼트’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
_인력감축 계획은
“강제적인 감원은 없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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