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0대 증권사 중하나인 시난증췬(西南證券)의 상하이 지점은 최근 VIP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2월 달러투자만 허용됐던 외국인 전용 B주(株)가 내국인에게 개방되면서‘큰손’들이 대거 증시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
영업부장 우 송(吳 松ㆍ34)씨는 “2월 이후 영업신장이 예년에 비해 최고 7배 가량 늘었다”고설명했다.
우 부장이 현재 개별관리하고 있는 1,000만위안(우리나라 돈으로 16억원) 이상 개인투자 VIP 고객만도 40여명.
중국의 대표적 상업은행인 중국은행(Bank of China)의 금융상품 중 최근 가장 주가를 올리고 있는 것은 자동차 대출서비스.
5월 중국 정부가 자동차에 대한 가격규제를 전면 철폐하면서 ‘마이카’ 꿈을 꾸는 젊은이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회사원 마오쉐인(毛雪雲ㆍ33)씨도 이 서비스를 통해 10만위안(1,600만원)정도인 ‘싼타나’를 구입했다.
선불로 3만위안을 내고 나머지 돈은 5년 동안 연리 6.21%의 조건으로 분할 상환하는 조건이다.
중국 금융시장이 빅뱅직전이다.
연평균 9%대의 고도성장을 배경으로 폭발하고 있는 내수시장과 물밀듯이 몰려오는 외국자본, 여기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각종 금융규제가 풀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계 자본의 흐름이 중국 금융시장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21세기 세계 자본의 길은 중국으로 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세계적인 경영컨설팅사인 매킨지는 최근 ‘중국경제 보고서’에서 “중국의 증권ㆍ은행ㆍ보험 산업은 향후 3,4년 후 인터넷 산업과 함께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할 시장”이라고 말했다.
중국 증권시장은 한마디로‘코끼리 경제’ 시장으로 불린다. 그 규모는 이미 일본과 홍콩에 이어 아시아에서 3번째로 클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증권관리감독위원회에 따르면 2001년말 현재 상장회사수는 1,176개에 시가총액은 5조908억위안(814조원 상당)으로 우리나라(240조원)에 비해 3배가 넘는다.
90년 개설 당시 8개로 출발했던 상장회사 수는 97년에 745개, 99년 947개 등으로 급증 추세다.
97년 1조7,529억원으로 GDP의 23.4%에 불과하던 시가총액의 경우도 3년여만에 3배 가까이 급증, GDP의 56.9%를 차지하는 등 실물경제 발전의 ‘파이프라인’ 몫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중국 증시의 변화는 앞으로 1~2년이 더 격동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과 내국인으로 나눠 운영되고 있는 A주와 B주의 통합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벤처열풍을 배경으로 미국의 나스닥, 우리나라의 코스닥에 해당하는 이른바 ‘차스닥(創業販)’ 개장을 서두르고 있다.
또 내년부터 외자기업이 중국 증시에 직상장하는 길이 열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영국의 생활용품 회사인 유니레버사가 상하이 거래소에 상장을 신청하는 등 외국기업과 외국 증권회사들의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은행과 보험산업에도 대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소득수준 향상으로 중국 국민들이 재테크수단과 안정적인 생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함에 따라 이들 산업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WTO 가입으로 각종 빗장이 풀리면 ‘황금알 시장’을 놓고 선진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외국 금융기관들의 무차별 상륙작전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의 경우 미국의 씨티뱅크, BOA를 비롯해 일본의 도쿄미쓰비씨ㆍ스미토모 은행, 독일의 드레스너방크 등 90여개에 가까운 세계 유수의 은행들이 금융시장 개방을 염두에 두고 이미 상하이(上海)를 중심으로 진을 치고 있는 상태다.
보험사는 미국의 AIG, 독일의 알리안츠, 영국의 프루덴셜 등 20개 정도의 외국사들이 진출해 있다. 중국 금융산업에 비상이 걸릴 법도 하다.
외국 금융기관이 들어오기 전에 자국의 금융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개방전략.
이에 따라 96년 수익성이 낮은 전업상업은행 지점 1,000개소를 폐쇄한데 이어 97년에는 중국 인민은행 16개 지점의 간판을 내리는 등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국가 경제무역위원회의 리밍싱(李明星) 경제연구자문센터 처장은 “WTO가입을 계기로 중국 경제의 최대 화두인 금융시장의 글로벌화가 본격화할 경우 40년대 아시아 금융시장중심의 명성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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