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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잘못된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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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잘못된 신호

입력
2001.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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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아침 프로 중에는 주부들에 대한 각종 상담성격의 프로그램들이 많다. 그 중 고민을 가진 주부가 큰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하면 전문가들, 조언자들이 듣고서 도움말을 주는 코너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코너에 몇 주 전 한 노인분이 나오셔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일찍이 홀로 되어서 외아들과 딸 둘을 키웠는데, 아들 얼굴만 쳐다보면 세상을 다 얻은 듯 든든했기에 특별히 아들만을 정성스레 키웠다.

목숨까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몸이 부서져라 일해서 아들을 성공시켰다. 그런데 아들과 결혼하겠다는 여자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자 여자쪽에서 상견례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혼식을 하였다.

그 후 며느리는 자신을 전혀 돌보지 않았고, 이사간 것조차 알려주지 않아 자신이 경찰서를 통해 겨우 찾아갔으나 며느리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하였다.

아들은 세상에서 제일 착한 아들인데, 며느리 때문에 아들이 자신에게 연락조차 못하고 있다는 거였다.

참석한 방척객이나 조언자들은 세상에 이런 며느리가 어디 있나, 형사고발이라도 해야 한다는 반응이었다.

그때 정신과 전문의가 물었다. “그 나쁜 아들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혼내신 적이 있는가요?” 그 노인분은 펄쩍 뛰신다.

“우리 아들은 효자입니다. 마음이 워낙 여리다 보니 며느리에 휘둘려서 그럴 뿐이지요.” 정신과 전문의가 받는다. “그 아들은 어머니로부터 ‘어머니에게는 어떻게 대해도 상관없다.’는 사인을 받고 있어요.

어머니를 아무리 학대해도 그것은 나쁜 일이 아니라고 어머니 스스로 가르쳐주신 것과 다름없어요. 자식이 어머니를 공경하지 않는데 어떻게 며느리가 공경할 마음이 나겠어요.”

요즘 다른 나라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일방적으로 MD계획을 진척시키는 미국이나 왜곡된 역사를 교과서에 버젓이 싣는 일본을 바라보면서, 이들이 무엇을 믿고 이렇게 안하무인으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물론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것이겠지만, 그에 앞서 우리 스스로가 잘못된 사인을 이들에게 또한 우리 자신에게 주어왔던 것은 아닌지 새삼스레 되돌아본다.

‘나라를 배반하고 외세에 빌붙어도 괜찮다. 오히려 더 출세한다. 괜히 나라와 민족을 위한답시고 나서봐야 나선 사람만 손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공격만 당한다. 그런 사람을 공격하는 편에 서는 것이 훨씬 실속 있다.’ ‘너희들은 원래 그렇게 앞 뒤 못 가리므로 우리가 이끌어주고 보호해주어야 한다.’ 서로간에 이런 사인이 오고 갔던 것은 아닌지.

사실 일본과 미국이 이렇듯 함부로 나오는 것은, 일본의 교과서 왜곡에 대해서는 분노하지만 전직대통령, 언론기업, 유명 문인 등의 친일행적에 대해서는 ‘뭐 그럴 수도 있지’하고 모른 척 넘어가는 우리의 비합리적인 태도 때문이다.

또한 현실에서 힘을 갖고 있는 자칭 주류들이 그들 나라를 추종하거나 선망하고 또는 깊이 연결되어 있어서 그들 나라의 입장을 거부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나치부역자들에게서 권력을 빼앗고 그들을 가차없이 심판함으로써 독일의 반성을 이끌어내고, 이후 관용을 미덕으로 삼는 문화국민으로 최고의 민주주의를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에게 친일청산은 역사 바로잡기나 일본에 대한 경고 이상의 의미가 있다. 친일파들은 해방후에도 자칭 주류로 행세하면서 미국과 군사독재권력에 편승하여 지금껏 그 세력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에 친일행적을 따지는 것은 곧바로 독재청산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아들을 감싸고 도는 것이 최고의 가치인 것으로 믿었던 그 노인분은 이제 아들과의 정상적인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아들에 대해 정직하게 바라보고 아들의 잘못된 점을 따끔하게 나무라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며느리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메시지가 될 것이다.

박주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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