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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은행서 보험판매 겸업' 두 얼굴의 방카슈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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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은행서 보험판매 겸업' 두 얼굴의 방카슈랑스

입력
2001.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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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보험판매를 허용하는 방카슈랑스가 도입되면 생명보험료는 평균 7.5%, 손해보험료는 14.0% 인하될 전망입니다.”(보험개발원 오영수 연구기획팀장, 25일 한국개발연구원 주최 ‘21세기 보험산업 비전과 발전과제’ 공청회에서)

“1985년 방카슈랑스를 도입한 호주에서는 보험업계 1위였던 AMP사가 4년만에 시장점유율이 17% 하락하고, 7년만에 보험모집인수가74%나 감소했습니다. 보험업계에는 방카슈랑스가 ‘재앙’이나 다름없습니다.”(삼성생명 금융연구소 관계자)

정부가 2003년 8월로 예정한 방카슈랑스 도입을 앞두고 벌써부터 보험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 겸업화 및 고객의 편의성 제고를 위한 방카슈랑스 도입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면서 보험업계에는 중소형사의 줄도산과 보험모집인의 대량 실업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방카슈랑스의 명과 암

우선 보험모집인 조직 유지 등에 필요한 사업비 절감으로 보험료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생명보험의 경우 개인연금은5.7%, 단체보장성 보험은 20.6%, 손해보험의 경우 자동차보험은 19.3%, 단체상해보험은 34.4%나 보험료가 인하될 전망이다.

또 은행을통한 원스톱 금융쇼핑이 가능해지고, 보험사 역시 은행의 고객정보를 활용한 새로운 보험수요 창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도입 초기에 은행이 편의성과 신뢰도, 가격경쟁력 등을 내세워 시장을 급속히 잠식, 중소형 보험사의 연쇄도산과 보험모집인의 대량 실업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또 은행권의 대출과 연계한 보험상품 끼워팔기 등 불공정거래 발생, 은행직원의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분쟁 증가가능성도 예상된다.

▼ 외국에서는

유럽에서는 70년대부터 방카슈랑스가 본격화,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등의 경우 은행계 보험사의 생보시장 점유율이50%를 웃돌고 있다.

영국에서는 프랜즈프로비던트 보험사와 제휴했던 한 은행이 시장 기반을 확보한 뒤 이 회사와 결별, 프랜즈사가 파산위기에 직면한사례가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을 우려, 미국에서는 방카슈랑스 도입 논의가 시작된 지 20년만인 1999년 11월에야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고, 일본에서는2000년 10월에야 은행의 보험자회사 설립을 허용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보험업계 반응

“보험사는 모두 망하라는 말이냐.”

방카슈랑스 조기 도입이 점차 현실화하면서 보험사들은 벼랑 끝의 위기의식에 휩싸여있다. 보험 시장 판도가 은행권 위주로 재편되면서 중소형 보험사가 문을 닫을 처지에 내몰리는 것은 물론 대형 보험사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수 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방카슈랑스 조기 도입에 반대하는 주된 논리는 업종간 공정 경쟁을 해친다는 것. 방카슈랑스가 금융업종간벽 허물기의 일환이라면 은행 뿐 아니라 보험, 증권 등에도 동등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중소형 생명보험사 사장은 “보험은 은행업진출을 제한하면서 은행에게만 보험대리점 설립을 허용함으로써 은행과 보험사를 ‘갑과 을’의 관계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보험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은 물론 고객 편의성 측면에서도 은행에 뒤처져 결국 업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위기감이 팽배하다.

게다가 은행측이 ‘보험 끼워팔기’ 등의 방식으로 물량 공세에 나설 경우 가뜩이나 자산운용 역(逆)마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보험 업계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

손해보험협회 김성민(金星民) 기획부장은 “보험사가 줄줄이 도산할 경우 추가 공적자금 투입 등으로금융시장 불안을 다시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점진적으로 충격을 흡수하는 방향으로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보험설계사 미치는 영향

방카슈랑스는 ‘아줌마실직자’를 대거 양산할 것으로 우려된다.

여전히 가정 주부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보험설계사들이 보험 판매원으로 변신한 고학력 은행원들에 밀려 설 자리를 잃게 될것이 확실시되기 때문.

프랑스의 경우 1980년 방카슈랑스 도입 이후 4만개에 달하던 보험대리점이 불과 7년만인 87년 절반인 2만개로줄어들었고, 영국 역시 방카슈랑스 실시 이전인 92년 12만명에 달하던 보험설계사가 99년에는 5만명으로 급감했다.

현재 국내 보험설계사는 생보업계 21만여명, 손보업계 6만9,000여명 등 30만명에 가까운 상태. 생보업계한 관계자는 “국내 보험회사의 고객 모집체계가 설계사에크게 의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량 실직 사태는 불 본듯하다”며“보험 모집에 생계를 의지하고 있는 가정 주부들의 실직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고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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