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침체와 아르헨티나, 터키발 외환위기 등으로 불안정한 대외 환경 속에 우리 노사관계가 구조적인 전환기를맞고 있다.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1988년 19.5%에서 지속적으로 감소, 11.9%에 머물고 있다. 이는 영국(27%), 독일(26%)은 물론,미국(13.9%)보다도 낮은 수치이고, 대만(40%), 일본(22.2%), 싱가포르(16.1%)보다도 낮다.
노조 조직률 하락의 주요한 원인은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의 지속적 증대, 또 조직과 구심력이 떨어지는 서비스경제로의 산업구조전환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서구에서는 물론 가까운일본에서도 완전고용의 신화가 허물어져가고 있다. 우리만이 안전지대에 있지 않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성공적인 경영인들은 장시간 근로나 가격경쟁력보다 끊임없는 혁신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주는 교육과 직업능력개발훈련,또 이를 뒷받침 할 노사화합이 생산성 제고의 지름길임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노조가 이러한 매개 역할을 효율적으로 할 때 사회적 역할과 신뢰도는더욱 증대할 수 있다.
스웨덴과 덴마크가 70~80%이상의 노조 조직률을 유지하면서 50년 이상 번영과 성장을 누리고 있다. 이들은 소국이지만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제도로 문제 해결을 잘하고있다.
사회구성원간 동질성이 매우 높고 후발 산업국가인 우리에게 그러한 합의에 바탕한 발전적 노사관계의창출은 미래지향적인 ‘한국모델’구축에 필수적인 요인이다.
한편, 시장의 효율성과 달리 민주주의는 토론과 상호존중 등을 거쳐야하는 지난한 학습 과정이다.
하반기 노사정위를중심으로 전개될 비정규근로자문제, 근로시간단축, 각종 사회보험제도개선, 공무원기본권 등 제도개선 과제들은 인내와 토론, 논리적 설득에 의한 접근을요구한다.
대화를 거부한 장외에서의 구호는 안타깝게도 애초 목적과 달리 오히려 고립을 자초하였다. 반면, 장내 토론의 장은 보다 성숙한 대화의역량, 모든 도전을 피하지 않는 노사정 주체들의 진정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세계화 경제시대에 노사는 어느 한편의 승리에 앞서 더욱 더 운명공동체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도전 속에 새로운 노사관계 패러다임의 창출은 무엇보다 '민주주의 없는 시장'과 '시장과민주주의의 병행'의 선택 문제이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노사정이 중지를 모으는 것이 요구되는 것이 바로 그 이유이다.
장영철(노사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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