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냉전시대가 좋다…해군에도, 육사 졸업생 중에도, 정부에도 빨갱이가 있다.” 이 발언은 20일방송된 SBS ‘토론 공방’에 토론자로 나온 군사전문가 지만원씨가 한 말이다.MBC ‘100분 토론’, KBS ‘심야토론’ 등 방송 3사의 토론 프로그램에서 확인되지 않거나 절제되지 않은 발언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토론자로 나온 사람 중 “당신 말이야” 등 비속어나 언어 폭력까지 행사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6월 22일 영화 ‘친구’ 를 주제로 벌인 ‘토론 공방’에서 영화 평론가 심영섭씨와 영화 감독 정진우씨는안하무인격으로 상대방을 비난해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토론 프로그램인데도 불구하고 토론자들이 자신의 입장을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설파하는대신 내 입장만 옳고 상대방 입장은 그르다는 이분법적이고 사생결단식 자기 주장만 있다는 것이 다수 시청자의 의견이다.
“요즘처럼 시청자들보다 수준 낮은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려면 방송하지 않는 게 좋겠다.
토론 프로그램의 목적은 대립하는 갈등 상황을 보여주면서도 좀더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방안을 시청자들에게 제시하는 것인데 갈등만 증폭시키고 수준 이하의 발언으로 청소년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화평론가 마정미씨의 비판이다.
현재 방송 3사의 토론자는 현안에 대한 당사자, 전문가, 교수, 그리고 신문을 비롯한 언론의 필진 등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문제점 중 하나는 MBC ‘생방송 100분 토론’ 에서 보듯 한쪽의 입장을 대변할 토론자가 방송 전나오지 않는다고 일방적으로 통고해 파행적으로 방송이 진행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토론의 균형이 상실될 우려가 크다. 20일 ‘토론공방’ 에선 주제의 당사자인 이문열씨가 출연하지 않고 대신 자신의 입장과 출연하지 않는 이유를 전화로 전했다.
SBS ‘토론 공방’ 의 황호형 PD는 “요즘 언론사 세무조사처럼 한 사안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선 토론자 섭외가 어렵다.
그리고 나온 토론자들의 발언도 생방송이므로 저지할 수도 없다. 토론자들이 균형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도록진행자가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KBS 길종섭, MBC 류시민, SBS 엄광석씨의 진행 솜씨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인신공격성이나 확인되지 않는 발언이 나올 때 속수무책인 경우가 있다.
YMCA 시청자운동본부 안수경 간사는 “방송사마다 토론자 선정위원회 같은 제도를 만들어 문제 있는 토론자들이 방송 프로그램에 나올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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