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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여유'없는 黃씨 반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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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여유'없는 黃씨 반박문

입력
2001.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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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 노동당비서의 반박문이 날아든 통일부 기자실은 술렁거렸다. 방미 논란후 침묵으로 일관해온 황씨가 이종석(李鍾奭) 세종연구소 남북관계 실장의 한국일보 16일자 기고에 답장을 보내온 사실 자체가 뉴스 였지만, 무엇보다 황씨의 글이 전하는 충격파가 컸기 때문이다.황씨는 쌓인 분노를 단번에 쏟아내려는 듯 감정적 단어들을 동원해가며 거침없이 이 실장을 비판했다.

역사를 빌어 ‘권력의 앞잡이’ ‘유아독존’ ‘위선자’로 몰아세웠는가 하면, 끝내 ‘젖비린내 같은 냄새가 난다’고 비하했다.

자신은 망명자가 아닌 한국 국민이라면서, 방미 반대가 ‘국익을 위해 인권을 희생하는 독재의 논리’라고 정부 방침에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자유인’ 황씨가 마땅히 개진할 수 있는 의견문에서 한치 양보 없는 도그마적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기자만 일까.

‘인권이 우선한다’는 황씨의 반박 논거는 차치하더라도, 이를 주장하는 논법에서 타협의 여지는 찾기 어려웠다.

황씨의 태도는 북한평양방송 등에서 쉽게 접하는 격문성 언변처럼 단호하기 그지없었다.

황씨는 현정권 하에서 자신의 민주주의적 처지에 변화가 있었다고 개탄했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방미초청장이 배달된 후 언론의 접근을 막은 이는 바로 황씨 자신이었다.

기자들은 황씨와 그의 비서실장 격인 김덕홍(金德弘)씨로부터 방미 추진의 진의를 듣길 원했으나, 번번이 거부당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황씨의 망명을 우려해 방미를 허용치 않는다’등 황씨도 원치 않을 억측이 양산되기도 했다.

황씨의 반박문이 다분히 전투적으로 비쳐지는 것을 토론에 익숙하지 않은 태도와 연관짓는다면 비약일까.탈북 5년째인 황씨가 다원사회에 걸 맞게 좀더 여유로워지길 기대한다.

이동준 정치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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