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이후 누적된 금융부실을 해소하기 위해 투입한 공적자금 140조원의 원리금상환이 내년이후 본격화하면서 재정압박이 가시화하고 있다.특히 내년에만 공적자금과 국채발행에 따른 이자로 10조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해 2003년 균형재정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우려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원리금 상환
재정경제부는 최근 내년에 공적자금(정부보증으로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가 발행한 채권) 원리금 상환용으로 7조7,000억원, 국채이자를 갚는데 2조원 등 총 9조7,000억원의 예산을 기획예산처에요청했다.
이는 올해 원리금상환용 예산보다 1조2,000억원이 늘어난 액수다. 그러나 문제는 2003년 이후 만기가 돌아오는 공적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원리금상환 금액도 급증한다는 데 있다.
2003년에 갚아야 할 공적자금 원리금은 14조7,000억원(만기상환채권 9조7,000억원)으로 내년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나며, 2004년 20조원, 2005년 23조원 등으로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반면 환란이후 올들어 6월까지 회수된공적자금은 전체 140조원(예보채권등과 회수 공적자금의 재투입분, 공공기금 투입을 모두 포함한 것)의 24%, 33조6,000억원에 그쳐 상당부분 국민혈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이와함께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기 위해 발행된 국채가 지난해말 기준 76조원(외평채포함)에 달해 올해부터 2003년까지 매년 10조~11조원씩 원금을 갚아나가야 하는 것도 재정을 휘청거리게 만들고 있다.
◆건전재정과 세대간 분담 논란
정부는 해일처럼 몰려오는 공적자금의 상환문제에 대해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간 분담론을 제기, 논란을 빚고 있다.
공적자금관리위 김경호(金璟浩) 사무국장은 “내년부터 급증하는 예보및 자산관리공사(KAMCO)의 만기채권 원리금을 모두 갚는 것은 2003년 균형재정목표를 감안할 때 불가능하다”면서 “공적자금 상환은 현재세대와 미래세대가 공평하게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적자금으로 막혔던 자금시장이 뚫리고, 기업경쟁력이 높아졌다면 그 혜택은 후세까지 누리게 되므로 상환연장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학계에선 ‘산불의 조기진화론’을내세우며, 중장기 재정건전화를 위한 청사진 마련이 발등의 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주성(全周成) 이화여대교수는 “정부가 세대간 부담논리로 공적자금상환을 미루고 만기연장하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면서 “부실금융기관의 조속한 매각을 통해 공적자금의 회수에 힘쓰고, 재정의 구조적인 건전화를 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재정건전화 위한 청사진 필요"
국가부채는 대형산불과 마찬가지로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잉여금을 빚갚는데 우선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세계잉여금으로 추경을 편성한 것은 건전재정에 역행하는 처사다. 이미 쌓인 빚은 어쩔수 없더라도 이를 줄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후세의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정부는 예금보험공사가 발행한 채권이 국가보증채인데도 국채가 아닌 것처럼 위장하고있다. 특히 예보가 부실금융기관의 예금대지급등에 출연한 공적자금은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예보채중 회수하지 못하는 것을 하루빨리 정산해장기적인 재정상환계획을 밝혀야 한다. 2003년 균형재정목표는 공적자금의 원금은 제외한 채 이자만 갚는 것을 전제로 했으므로 균형재정이 아니다.정부는 이점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긴축재정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
/이만우(李晩雨) 고려대 교수
■"현재-미래세대 함께 부담해야"
공적 자금은 투입으로 인한 국민경제적 성과를 중시해야 한다. 회수는 부차적인 문제다. 이 돈이 투입됨으로써 금융시스템이 복원돼 국민의 예금 등 자산보호, 기업의 연쇄도산 방지,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공적자금은 직접적인 회수 외에 간접적인 회수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 기업 및 국민의 경제활동이 조기에 활성화하면 세수가 늘어나고, 이는 공적자금이 재정으로 회수되는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공적자금은 현재 세대와 미래세대가 공평하게 부담해야 한다. 공적자금을 기초로 이루어진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의 성과와 경제전반의 활력 제고는 현재 세대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도그 혜택을 향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가상승 등을 감안할 때 미래세대의 실질적인 부담은 제한된 수준에 그칠 것이다.
/김경호(金璟浩) 공적자금관리위윈회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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