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를 계기로 뭉칫돈이 투신권으로 대거 몰리고 있다.24일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일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자금의 투신권 이동 현상이 급류를 타기 시작, 투신권 유입 자금 규모가 이달들어 21일 현재 모두 10조8,236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관계자는 “이 같은 단기 증가액은 1999년 7월 대우 사태 이후 2년 만에 최대 규모”라며 “콜금리 인하로 은행 예금 금리 및 채권금리가 속락, 수익성이 높은 투신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증시 침체로 증시 고객예탁금 규모는 이달 들어 21일까지 2,372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달 6조2,817억원이 증가했던 은행 실세 총예금도 이달 21일 현재 6조4,591억원으로 소폭 늘어났다.
투신사에 유입된 자금 가운데는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단기예치 상품(연리 4.8~5.5%)인 머니마켓펀드(MMF)가 6조9,281억원으로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와함께 채권형상품이 2조9,166억원, 채권ㆍ주식 혼합형상품이 1조20억원이 증가했다.
투신권자금이동 규모가 커지면서 금융계에서는 ‘자금시장이 선순환 기조에 돌입했다’는 낙관론이 대두되고 있다. 한은이 앞으로 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밖에없고 이 경우 시중금리가 더욱 하락해 자금이 투신권으로 이동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 도래할 32조원 규모의 회사채도 무난히소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자금이 단기간에 10조원이나 몰린 것 자체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향후 금융시장을 낙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희전(鄭熙全)한은 통화운영팀장은 “자금이 투신권으로 이동하는 것은 바람직한 측면이지만 MMF와 같이 단기 상품으로 집중되는 것은 시장상황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자칫 퇴출돼야 할 기업이 저금리 덕택에연명하면서 경제 전반의 비효율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는 만큼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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