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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극운동사' 펴낸 유민영 교수 "지금 연극 60년대 수준만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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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극운동사' 펴낸 유민영 교수 "지금 연극 60년대 수준만도 못해"

입력
2001.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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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명배우들이 빚어낸 연극의 역사. 마치 한 번의 공연처럼 돌이킬 수 없이 사라져버리거나 딱딱한 기록으로만 남은 한국연극의 역사를 단국대 대중문화예술원장 유민영(64) 교수가 ‘한국연극운동사’(태학사 발행)로 복원했다.그의 20번째 저서다. 유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 연극의 태동기부터 현재까지를 딱딱한 제목과는달리 자칫 묻힐 법했던 뒷이야기들까지 흥미진진하게 되살렸다.

개화기 당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였던 연극이니만큼 ‘비화’가정사보다 오히려 생생하다. 개화기의 상업극장 협률사는 남녀간의 음란한 만남을 조장한다는 유생들의 상소가 빗발쳐 의정부의조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의 고관 대작들과 여배우들 간에 빚어졌던 물의는 오늘날도 심심찮게 떠도는 일부 연예인과 유력자들의 스캔들을 연상시킨다.

KBS 주말드라마 ‘동양극장’의주인공들의 이야기도 있다. 1930년대 근대 연극의 터전이었던 이 극장의 히로인 차홍녀는 죽어가는 걸인을 동정하여 적선하다 천연두가 옮아 비운의 생애를 마쳤다.

제작자 최독견은 “배우는 비루하지 않아야 한다”며단원들에게 호기롭게 집 한 채 값을 예사로 주곤 했다.

유 교수는 “최독견이 극장을좀 더 규모있게 운영했다면 우리 연극의 토대가 한층 탄탄해졌을 것”이라며 아쉬워한다.

이처럼 생생한 뒷이야기를 건져올릴 수 있었던 것은 토월회 출신의 박승희, 동양극장설립자 박 진, 30~40년대의 스타 지채순 등 지금은 고인이 된 연극인들의 구술 덕분이다.

구술 채증 과정도 드라마틱하다. 집필을 위해 자료를수집하고 있던 유 교수의 집에 어느날 초라한 행색의 ‘보험 할머니’가 찾아왔다.

그의서재에 가득 꽂힌 연극 서적에 할머니가 의외로 관심을 나타냈고, 그는 몇 마디를 나눠보고는 깜짝 놀랐다. 할머니는 왕년의 명배우 지채순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70년대 후라이보이 곽규석과 윤복희까지 동원했던 소위 ‘연극대중화’의 허상, 벗는 연극이 난무하면서 1990년대 중반 ‘미란다’가검찰 수사까지 불러왔던 세기말 대학로 풍경, 그리고 최근의 뮤지컬 붐까지 일별하고 있다.

유 교수는 “지금 연극은 60년대 수준만도 못하다. 이대로 가면희망이 없다”고 매섭게 비판한다. 뮤지컬만 해도 대부분 브로드웨이 베끼기에다 음악과 춤을 이해하는 전문연출자도 없다는 것이다.

양적으로는 부쩍 성장했다. “전국에 연극영화학과가 40여개, 여기서 배출되는 연극인이연간 1,000명입니다. 게다가 정부 지원금이 해마다 100억이 넘습니다.”

그는 초기 연극인들이 보여주었던 ‘근기(根氣)’에서 한국연극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최초의연극 전용극장 ‘조선연극사’의 설립자 지두한(지채순의 아버지)은 사재를 모두털어넣고 말년에 국수 장사를 하다 죽었습니다.

토월극장의 개척자 박 진은 전셋방에서 초라하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 열정과 헌신이 절실한 때입니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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