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클릭www.세상읽기] (122)비난과 야유의 현수막은 그만 …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클릭www.세상읽기] (122)비난과 야유의 현수막은 그만 …

입력
2001.07.25 00:00
0 0

우리나라만큼, 그 중에서도 서울만큼 현수막이 많이 내걸린 곳도 없을 듯하다.도심의 육교 위, 웬만한 네거리치고 현수막이 걸리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렵다.일본상품 불매운동이 사회 한 쪽에서 시작된 요즘 눈에 띄는 현수막들이 있다.“아가들아, 마일드 세븐 피우지 말거라(정신대할머니 모임)”, “오빠, 마일드 세븐 피우지 마(한국유흥업협회 중앙회)”.

일본을 배척하자, 금연하자를 외치지만 ‘여러분’ 식의 심각한 2인칭호칭 대신 ‘아가들아, 오빠’하는친근한 호칭을 적어, 보는 사람들의 웃음을 슬쩍 자아낸다.

최근 들어 그 수가 늘고있는 현수막은 단연 지역사회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들이다. 광고나 홍보를 위한 현수막보다 지역사회 주민들의 강력한 주장을 담은 현수막들이 더 눈에 띈다. 수가 많아졌고 표현이 자극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를 통틀어 현재 가장 적대적인 표현이 동원된 현수막은 서울 서초구의 청계산입구 근처에 걸린 것들일 것 같다.

서울시내 첫 추모공원 부지로 확정된 청계산 자락, 그러니까 서울서초구원지동 일대에 내걸린 몇 십 개는 됨직한현수막들을 보면 현수막은 비난과 야유, 욕지거리 수준의 언어를 토해내는 물체이다.

“시민이 즐겨 찾는 자연공원 파괴하여 추모공원 웬 말인가?” 정도는 점잖다. 화장장이라는 말을 그야말로 ‘승화’하여승화원이라 부르고 납골당을 추모공원이라 격상시켜 불러도 화장장과 납골당 인식을 바꾸지 않은 시민들이 ‘맑은 계곡이 있는산’ 에 그 설치를 꺼리는 의견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비난과 야유가 지나친 현수막들이 즐비하다. “아빠, 왜 이렇게 차가 밀려? 응 고건 때문에 그래” “아빠, 화장터가 뭐야? 응, SK 돈벌이야” “화장장음모, SK 돈벌이로 밝혀지다” “교통환경 하나 모르는 고건 시장은 사퇴하라” “한 삽도 파지 못할줄 알아라” “청계산 화장터 선정 관련자, 모두 구속 (2004년9월1일자 헤드라인 뉴스)” 등등을 보면 우리사회가 언제 이렇게 폭력적 언어가난무하는 사회가 되었는가 싶다.

내 이웃에 혐오시설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운동 님비(Not In My BackYard)는 나쁜 것이라고 만은 할 수 없다.

해당지역 주민들은 오염에 대한 걱정, 자신의 주택가치 하락 염려를 없애기 힘들다. 님비를 주민이기주의로몰아치지만 시설물설치는 주민들 공포로 이어진다는 조사 (www.utoledo.edu/~ddavis/essayenv.htmlx)도있다. 서울시는 청계산 일대에 남아 살 주민들과 모든 문제를 진지하게 풀어나가고 그들에게 일자리, 공공시설 등의 인센티브를 주겠다니 원만한 해결이 기대된다.

문제는 현수막으로 확인된 우리사회의 언어폭력 문제이다. 이성적인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보고 싶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