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 부총재는 요즈음 당내에서 ‘딴 소리’를 가장 많이 한다.대표적 비주류인 김덕룡(金德龍) 의원이나, 박근혜(朴槿惠)부총재가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줄인 반면, 그는 당론과 엇갈리는 목소리를 줄기차게 내고 있다. 이 때문인지 그의 개혁 성향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던 당내보수파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_최근 “이대로라면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회창(李會昌) 총재 주변이 꽤 불쾌해 하고 있는데.
“색깔론을 제기하고,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이런 식은 안된다는 의미다. 현재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면 집권 후에 남북 관계는 뒷걸음질하고, 편중인사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
구 여권이 집권했을 때의 일들이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는 충정에서 한 말이다. 이 총재가 구 여권의 복원을 위해 집권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_동아투위라는 개인적 경험 때문에 언론사 세무조사를 편향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언론 개혁의 당위성만 강조한다는 비판이 당내에서나오고 있다.
“한쪽은 조세정의라 하고, 다른 쪽은 언론탄압이라고 한다. 양 극단만 얘기하는데 그러면 정쟁밖에 있을 수 없다.
탈세 등은 바로 잡고, 언론 길들이기라는 정치적 의도는 검찰 수사 후 국정조사를 통해 밝히자는 게 내 생각이다. 김정일 답방 사전 정지용 주장은 이 총재가 진심으로 남북 화해를 바라느냐는 의구심을 살 수 밖에 없다.”
_자꾸 엇나가는 목소리를 내 당의 단합을 깨트린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면 건강한 당이 아니다.”
_당내 일부 보수 성향의 의원들은 ‘이부영이와는 대선까지 같이 못 간다, 털어내고 가는 게 낫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 총재가 잘 생각해야 한다. 구 여권에 무작정 얹혀 가서는 안된다. 이는 지지 기반의 협소로 이어진다. 한나라당은 국민통합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 나에게도 이를 이뤄내야 할 책임이 있다. 이 총재가 보수 성향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개혁쪽으로)견인하고 있다.”
_실제적으로는 힘에 부치는 게 사실이지 않은가.
“솔직히 말해 힘들다.처음에는 내부에서 설득하고자 했는데, 잘 안된다. 국민 여론에 호소하면 이 총재가 균형을 잡을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 당내에서 이 총재 노선이 지나치게 보수쪽으로 기울고 있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_주위에 사람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정치에는 ‘세’(勢)가 필요하지 않나.
“주류가 저렇게 호호탕탕한 기세인데 누가 이의를 제기하는쪽에 설 수 있겠는가. 그렇기는해도 당내에 개혁적 전망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덧붙이자면 이들은 (나 처럼) 지금과 같은 내용으로 집권하는 데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여권의 실정이 거듭되는데도 당 지지도가 왜 안오르는지를 이총재와 주변 인사들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_‘화해와 전진을 위한 포럼’에 주도적 참여하고 있는데 이 또한 여야 지도부가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여야가 무한정쟁으로 치닫고 있는데, 완충지대가 있어야 한다. 타협과 절충의 정치가 필요하다. 구한말 나라가 망하는 와중에도 개화파와 수구파가 싸웠다. 지금이야말로 집단적 지혜를 짜 내야 할 때이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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