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루기 쉽고 정확하며비거리도 긴 골프채를 찾아 헤매는 골퍼의 여정은 언제나 끝날까. 골프라는 스포츠가 존재하는 한 사람들은 골프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고,보다 나은 스코어를 향한 골퍼들의 여정 또한 끝이 없을 것이다. 특히 자신에게 맞는 골프채를 찾아 헤매는 골퍼들의 방황은 참 스승을 찾아 헤매는구도자의 모습을 방불케 할 정도다.유명 브랜드의 골프채를새로 장만한 K가 모처럼 왕년의 적들을 만났다. 낡은 채를 쓰다 얼마 전에 누구나 이름을 알만한 유명 브랜드 골프채를 시중가보다 싸게 구입했다.사용해보니 옛날 채보다 훨씬 잘 맞았다. 자신도 ‘브랜드가 무슨 소용인가, 내 몸에 잘 맞으면 그만이지’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최신형 채를 만져보니기분부터 달랐다. 쉽게 공을 띄울 수 있고 거리도 옛날 채보다 더 나갔다. 속으로 여간 흐뭇하지 않았다.
그는 동반자들에게어깨에 힘을 주며 말했다. “채를 바꿨더니 좀 맞더군.” 동료들도 몇 홀을 지켜보더니 “나도 채를 바꿔야겠다” “무슨 채인데 그렇게 잘 맞느냐?”며깊은 관심을 보였다.
일행중 한 명이 아이언을하나 꺼내 유심히 살펴보더니 가격을 물었다. 시중가격보다 싸게 산 내력을 설명하자 그가 잘라 말했다. “이건 대만산이야. 가짜야. 자네 속아 산거야.” 이 말을 듣는 순간 “그럴 리가 없다”며 우겨댔으나 상대방이 그래도 골프클럽에 대해선 일가견이 있는 친구라 무시할 수도 없었다. 이 말을듣고 나서 그의 샷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동안 가볍게 맞아 나가던 볼이 토핑이 나거나 뒷땅을 치는 등 미스 샷의 연속이었다. 라운드가 끝나자그의 스코어는 예전의 그런 저런 스코어에 머물렀다. 기분도 썩 좋지 않았다.
클럽하우스로 돌아오면서그 친구가 K에게 물었다. “그렇게 잘 맞던 공이 가짜 브랜드라 안 맞는거야?” “대만산이라며? 잘 맞을 턱이 있겠어?” K의 심드렁한 대답에그 친구가 말을 이었다. “자네 잘못 생각하고 있군. 브랜드가 무슨 상관이야.
자네 손에 잘 맞으면 그만 아닌가. 실은 그 채 진짜야. 자네가어떻게 행동하나 장난으로 해본건데 역시 심리적 영향이 대단하구먼.” K는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채는 변함없는 그 채인데 아무 근거도 없는가짜라는 말 한 마디에 맞고 안 맞고 하다니 말이다.
물론 각자의 체형과타격습관에 맞는 채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채는 손때가 묻고 신뢰가 가는 채란 것을 잊어선 안된다.
방민준 한국일보 광고본부 부본부장 mjb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