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가 23일 정부의 개혁정책을 정면 비판한 결의문을 발표한 데 대해 24일 법무부와 검찰이 강력 반발하면서 법조계 내부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변협과 법무부ㆍ검찰간‘법치주의 논쟁’이 감정싸움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변호사 단체 내부에서도 견해가 엇갈리는등 법조계 전체가 사분오열하는 양상이다.
대한변협은 23일 ‘제12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에서 “정부의 개혁조치가 목표와 명분만을 앞세워 법적절차의 합법성과 정당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모든 개혁은 법치주의 이념에 따라 관련 법규를 준수하는 가운데 해결되어야 하며 힘의 지배가 아닌 법의 지배에 의해 추진해야한다”고 촉구, 법치주의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24일 반박성명을 내고 변협측의 법치주의 후퇴 주장은 구체적 근거가 없는 편협한 시각이라고 비난했다.
법무부측은 “정부의 개혁정책은 법에 따라 추진되고 있으며 합법성과 정당성을 무시한 적이 없다”며 “구체적인 사례도 제시하지 않은 채 정부의 개혁을 일방적으로 매도했다”고 강력 반발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치집단이 아닌, 법정의를 구현하는 공익단체인 변협이 일부 반정부적 시각을 가진 신문 칼럼니스트와 같은 결의문을 발표한 것은균형감각을 상실한 정략적 태도”라며 “결의문이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전체 변호사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역공을 펼쳤다. 검찰도 변협의 공개적 비난에 발끈하고 나섰다. 대검 관계자는 “하나의 이익단체가 자신의 견해를 발표한 것에 불과하므로 언급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고 평가절하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변협은 결의문을 발표하기 앞서 자신부터 법치주의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자성해 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헌법재판소측은 “변협측 결의문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지만 원칙론을 강조한 윤영철(尹永哲) 소장의 대회 축사가 과대포장되거나 왜곡된 느낌이 있다”며 다소 불쾌감을 드러냈고, 대법원측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어서 공식 입장을 밝히기 힘들다”며 논평을 회피했다.
대한변협측은 법무부와 검찰의 반발에 대해 “현 정부가 개혁작업을 무원칙적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며 법조인으로서 할말을 한 것이라고 본다”며 “대회 전 이미 여론을 수렴한 상태였고 내부분위기와 토론내용을 반영, 지방변호사회 회장단과 회의를통해 결의문을 채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도 “변협집행부는 출범 초기부터 대우차 폭력진압과 사법개혁 등 현안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해 왔다”며 “앞으로도 정부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겠다”고 동조했다.
그러나 일부 변호사들은 “변협의토론ㆍ발표내용이 다소 심했다” “집행부의 정치적 성향이 반영된 것 아니냐” “변협 결의문이 전체 변호사들의 견해를 반영한 것은 아니다”는 등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들의 모임측은 “공식입장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현 시국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결의문 발표로 인해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정치권과 언론, 지식인 사회의 극단적 대립양상이 법조계로까지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하지만 최종영 대법원장,윤영철 헌법재판소장,최경원 법무부장관 등 법조계 수장들이 참석한 대회에서 대한변협명의로 5공 정권 이후 처음으로 강도높은 정부 비난 결의문이 채택됐다는 상징성은 쉽게 희석되지 않을 전망이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