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의 마술이 바로 이런 것일까.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러시아 광대 슬라바폴루닌의 ‘스노우 쇼’는 관객을 행복하게 만든다. 꿈꾸게 만든다. 그것은아름다운 시와 같다.폴루닌을 비롯한 네 명의 어릿광대들은 익살맞고 슬픈 몸짓으로 1시간 10분 동안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펼친다.
아무 말 없이, 투덜대고 웃기고 울리고 관객에게 장난도 친다. 객석은 웃음바다다. 아이들은 까르르 웃고 어른들은배를 잡고 허리를 젖힌다. 그러다가 문득 떨어지는 뜨거운 눈물한 방울에 가슴을 데이고 만다.
기발한 상상력과 아기자기한 소품, 원색의 의상과 신비한 조명이 환상을 빚어낸다. 달님이 은빛 옷자락을 날리며 그네를 타더니, 어느 새 무대는 상어가 헤엄치고 배가 항해하는 바다로 변한다.
광대의 빗자루 끝에 걸려나온 거미줄은객석을 뒤덮어 관객을 가둬 버린다. 찢어버린 연애편지가 세찬 눈보라가되어 객석으로 휘몰아치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관객들은 터질듯한 감동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런가 하면 외로움에 지친 광대가옷걸이에 걸어 둔 외투의 한 쪽 소매에 집어넣은 팔로 자신을 껴안고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은 얼마나 슬픈지 코끝이 찡하다. 그처럼 가장 눈물겨운 순간에도 유머가 반짝인다.
공연이 끝나고도 관객들은 떠날 줄 모른다. 객석 가득 떨어진 종이조각 눈을 집어서 눈싸움을 하고 광대들이 던져준 거대한 공을 갖고 노느라 정신이 없다.
‘스노우 쇼’는 29일까지 계속된다. 주말은 매진이고, 평일도 90% 이상 표가 팔렸다. 예매 www.lgart.com. 또는(02)2005-0114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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