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이례적으로 한국 정부에 신속한 연금 개혁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연금 부실을 방치할 경우 중ㆍ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재정이 파탄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위기의 연금제도
IMF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국민연금, 공무원연금은 물론이고 그동안 실질적으로 연금기능을 맡아왔던 일반기업의 퇴직금까지 부실이 심각한 상황이다.
연금위기의 핵심은 1998년 대상확대로 가입자가 전체 근로자의 75%인 1,420만명에 달하고 있는 국민연금.
IMF는 “한국이 세계에서 ‘부양 노인비율’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국가”라며 “앞으로 30년동안 국민연금 수령자는 현재의 15배인 66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MF는 이같은 수치를 토대로 국민연금이 부담해야 할장래 부채의 현재가치와 현재자산을 차감한 ‘잠재부실’이 GDP의 30%(155조원)에 달할것으로 추정했다.
IMF는 또 이미 현금흐름이 적자로 돌아서 예산지원을 받고 있는 공무원연금의 잠재부실은 GDP의 25%, 일반 기업의 퇴직적립금 부실은 GDP의 1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방만한 연금운용
IMF는 주요 연금이 심각한 위기에 빠진 것은 급속한 인구고령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방만한 자산 운용도 한몫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IMF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경우 자산의 5%만을 민간 부문이 발행한 유가증권에 투자하고 있을뿐 나머지는 대부분 정부부처에 빌려주거나 회원대출, 사회복지분야 등수익성이 낮은곳에 투자하고 있다.
IMF는 “이같은 방만한운용으로 국민연금수익률은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인국고채 금리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우려했다.
IMF는 “연금 자산의 정부부처 대출금지, 해외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허용 등 수익률을 제고시킬수 있는투자규범 도입과 재경부와 복지부등 관련부처의 입김을 배제시킬 수있는 독립성이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MF는 이밖에도 외환위기 당시 상당수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지급할 퇴직금을 적립하지 못했으며, 또 적립해 놓은 퇴직금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돈을 차입하는 바람에 일반 기업의 퇴직적립금 중상당부분이 고갈상태라고 지적했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
IMF는 “연금개혁을 지연시킬수록 큰 문제가 우려된다”면서도 “연금도입 초기단계이므로, 아직까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IMF는 “우선 현재와 같은 ‘저부담-고혜택’의 연금시스템이 지속될수 없다는 사실을 정부가 솔직히 인정하고, 핵심 문제에 대한 토론과전 국민적 동의아래 연금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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