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잘해도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밖에 없을텐데…”미 연방항공청(FAA)의 항공안전위험국(2등급) 예비판정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건설교통부가 내달초 예정된 국제항공 노선 운항권 배분을 놓고 또다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번에 배분될 일본 중국 홍콩 베트남 벨기에 맥시코 아랍에미리트 등10개국 노선 가운데 수익성이 높은 노선을 확보하기 위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혈투’를 벌이고 있어 후유증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두 항공사가 한치의 양보없이 서로 차지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노선은 일본이 운항횟수를 늘리지 않다12년 만에 승인한 서울~도쿄간 주 21회 운항권. 거리가 짧으면서도 탑승률이 80~90%인데다 월드컵 특수까지 겹쳐 연간 1,5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는 ‘황금알을 낳은 오리알’이다.
이를 따내기 위해 양 항공사는 아전인수식 통계를 내놓으며 건교부를 압박하고 있다. 사고로 최근까지1년6개월동안 신규노선을 배분받지 못했던 대한항공측은 “그동안 아시아나에 수익노선이 집중돼 적자폭이 커져 이대로 가다간 회사문을 닫아야하는 만큼 이번에는 배려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보유항공기가 아시아나 보다 2배 가량 많은 데도 보유 노선횟수는 주당 328회(대한항공)대286회(아시아나)로 비슷해졌다”며 “수익노선인 중국 노선의 경우 아시아나가 이미 2배에 가깝고 일본도 전체 취항 노선수는 17개로 똑같아 졌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시아나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아시아나측은 “현재 도쿄노선의 경우 대한항공이 주 28회, 아시아나가주 5회를 운항하고 있으며 매출액에서도 7대 3으로 크게 떨어지는 만큼 도쿄 노선권 전부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측은 “건교부가 ‘항공정책 기본방향’에서 단거리는 아시아나에, 중ㆍ장거리는 대한항공에 주기로 명시한 만큼 이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있다.
사정이 이렇자 지난 21일 두 항공사로부터 희망노선을 신청받은 건교부는 이러지도 저러지고 못한 채“양 항공사들이 국제적인 최적 노선망을 갖추도록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배분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건교부 고위관계자는 “항공노선배분 문제가 워낙 민감해 기존 원칙만을 고집할 수도, 그렇다고 또 다른 원칙을 세울 수도 없다”며 “후유증을 최소할 수 있는 각종 방안을 짜내고 있다”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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