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현행 국회의원 선거법의비례 대표, 전국구 의원 배분 방식을 위헌이라고 결정하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도 개선 논의가 활발하다.그러나 헌재 결정의 핵심이 현행 비례 대표선출방식이 유권자 의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면, 정치권의 논의는 역시 제 입맛대로다.
겉으로는 국민에게 대표 선택권을 온전히 되돌려주겠다지만,내심은 오로지 자기 당에 유리한 결론을 내는데 있는 듯한 것이다. ‘제 버릇 남 줄까’ 다.
■정치권이 협상 토대로 삼는 독일식 ‘정당 명부식 1인 2투표제’는 가장 이상적인 제도로 꼽힌다. 무엇보다 유권자 의사가 의석 분포로 나타나는 ‘대표의 정확성’이 가장 앞선다.
유권자들이 지지 정당을선택하는 정당 투표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 의석 수를 먼저 결정한 다음, 지역구 의석을 뺀 나머지 의석을 미리 정해둔 정당 명부 순위에 따라 배정한다. 언뜻 복잡하지만 한 표의 가치도 버리지 않는 정교한 장치가 독일의 합리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정치권이 독일 방식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속셈이 스스로 명분 삼는 지역 구도 완화에만 있지 않은 것이 문제다.
이를테면 민주당이 영남에서 득표율에 따라30% 의석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그 것이다. 지역 구도 완화는 좋지만, 한나라당과 서로 득실을 따지다 보면 죽도 밥도 안 될 수 있다.
군소 정당의 의회 진출을 걱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독일처럼 의회 진출을 위한 득표율 및 의석 하한선을 두면 될 것이고, 이 선을 넘는 진보 정당진출을 막는 것은 유권자의 뜻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런 이기적 고려를 떨치더라도 더 큰 문제가 남는다. 비례 대표 후보를 정하는 정당 명부 작성이 여전히 비민주적이면, 생소한 제도로 굳이 바꾸는 뜻이 퇴색할 것이다.
후보자추천이 돈 거래와 정당 지도부의 입맛대로 이뤄지는 현실을 바꾸지 않고 대표의 정확성을 논하는 건 위선일 뿐이다.
당원들이 비밀투표로 정하는 독일정당의 비례 대표 명부에는 교사ㆍ노동자ㆍ소방관ㆍ기술자 등 각계각층 후보가 오른다. 그래야 진정한 ‘비례 대표’ 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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