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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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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

입력
2001.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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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낭만이지만 결혼은 생활이라 그런지 몰라도결혼 조건에는 늘 배우자의 직업이 포함된다.좋아하는 직업이 무엇인지는 세월에 따라 달라지지만 소위 탄탄한 직업을 선호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탄탄한 직업이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적당히 존경도 받으면서 돈벌이도 짭짤해서 현재와 미래에 먹고 살만한 직업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듯 하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나라도 탄탄한 직업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나라의 경우는 탄탄한 직업이라는 개념이 주력산업으로 달라진다는 점만이 다를 뿐이다.

앞으로 우리 경제가 어떤 산업을 주로 하여 성장,발전할것인가의 문제인데 우리는 이를 산업정책이라 부른다.

과거에 우리는 확실한 산업정책을 갖고 있었다.60년대 초반부터 시작한 산업화 과정의 초기에는 경공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가발이 주력 수출품으로 각광을 받던 때가 바로 이때이다. 그후 우리 산업의 주안점은 중화학공업으로 옮아갔으며 현재는 전자산업 중 특히 반도체를 주력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현재의 주력산업인 반도체가 어느 정도 벽에부닥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고급 기술은 일본을 따라 잡기 힘들며 그래도 우리가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다른 기술들은 중국의 맹렬한추격을 받아 이미 상당 부문은 추월당한 상태이다.

반도체가 우리의 주력산업이라고 안주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금이 바로 새로운 주력산업을선정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해서 살길을 도모해야 할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미래 주력산업은 무엇인가. 우리는앞으로 어떤 산업을 통해 주로 밥벌이를 해야 할 것인가.

흔히들 정보통신기술인 IT, 생명공학기술인 BT 그리고 미세기술인 NT 등의 이야기를많이 한다. 이들이 매우 유망한 신산업이기는 하지만 우리 경제의 미래를 짊어질 산업인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것 같다.

특히 굴뚝산업과 연결되지않은 정보통신산업이 우리의 미래 주력산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온라인 상에서 아무리 쇼핑을 해도 물건이 실제 만들어져 배달되지않으면 배부르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자명한 일인 것이다.

우리의 미래 주력산업이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인지를결정하는 문제는 21세기 내내 우리 경제의 장래를 결정할 매우 중대한 문제이다.

따라서 이는 한 개인이 제시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일 수 없다.산학연 각계각층의 의견을 종합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야 할 문제이며 일단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다음에는 앞만 보고 매진해야 할 중차대한 문제인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려하는 바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논의가 어느 구석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조차도 알지 못하겠다는 데에있다.

최근 하반기 우리 경제의 예측이 어둡게 나오는 이유들로미국 경기가 좋지 않은 점,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의 요인들이 흔히 지적된다.

그렇지만 이들보다 훨씬 더 중요한 요인은 장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심리등 심리적 위축이 극심하다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문제가 되기는 장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목표가 확실해야 경제의 성과도 좋은 법이다.

눈을 감고마구 뛰면 ‘갈지(之)’자를 그릴 수밖에 없지만 앞의 깃발을 보고 뛰면 곧바로 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우리의 미래 주력산업이 무엇이어야만 하며 이 산업이 어떻게 발전되어 우리 경제의 성장과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청사진을 시급히 마련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이 청사진에 의해 앞을 향해똑바로 나갈 수 있어야만 우리 경제의 장기적 성과가 좋아질 수 있음을 명심할 일이다.

서승환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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