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연례 G8 정상회담이 유혈 사태로 얼룩진 채 끝났다. 서방 선진 7개국(G7)과러시아 정상은 핵심 현안에는 이견을 확인하는데 그쳤다.아프리카 기아 해결과 에이즈(AIDS) 퇴치 기금 마련에 합의한 것이 눈에 띌 뿐이다.이에 따라 요란하기만 한 회담에 대한 비판과 자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그게 올 제노바 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비칠 정도다.
이번 회담은 개막 전부터 의제에 오를 국제적 현안보다는 세계화 반대 시위와 대응책에 관심이 쏠렸다.개막 뒤에도 격렬한 시위가 줄곧 회담 자체를 가렸다.
이어사상 최악의 유혈 사태로 치닫자 회담 개혁론과 축소론이 무성한 것이다.
그러나 시위와 유혈 사태가 G8 회담의 본질적 문제는 아니다. 세계화 반대 시위는 세계화 물결에서소외된 계층과 이념 그룹의 적대감과 우려를 대변하지만, 그게 회담 자체의 의미를 훼손하지는 않는다. 국제적으로 연대한 반대 세력 가운데 폭력 시위에가담한 숫자도 일부에 그친다.
문제의 본질은 국제 질서와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선진 7개국의 이기적 자세에 있다. 이들은 해마다국제 평화와 번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안을 해결하겠다며 회동하지만, 국익의 틀을 벗어나 타협을 이룬 적은 드물다.
회담 규모가 갈수록 거창해진데 비해, 내실 있는 합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때문에 선진 7개국이 스스로 세계화에 역행, 국익 우선주의로 퇴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회담에서도 최대 현안인 교토 기후협약을 놓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전혀 타협할 의지를 보이지않았다.
세계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국제 공조라는 원칙론에는 쉽게 합의하면서도, 구체적 이해가 걸린 사안에는 양보할 뜻이 없는 것이다.
역시 핵심의제인 미사일방어(MD)계획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별다른 진전이 없는 근본도 전략적 이견보다는 경제적 이해 갈등으로 지적된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 평화와 발칸 안정을 위한 공조 등에 합의한 것은 요란한 회담에 비겨 지극히 초라하다.
G8 회담 자체가 원래 개괄적 의견 교환이 목적이지만, 해마다 몇 억 달러씩 들여 회담을 열고 수백 명씩 수행원을 이끌고 참석하는 목적이 무엇이냐는회의론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주목할 것은 거듭되는 시위 사태나 회담 축소론 등이 아니다. 선진 7개국은 늘내실 없는 정상 회담으로 비판 받지만,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개별적 타협을 거쳐 각자 이익을 추구한다.
그래서 선진 강대국들이 연출하는 국제 질서가어지러울수록, 독자적 국익을 찾고 지키는데 한층 신경 써야 한다는 경고가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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