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두라흐만와히드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인도네시아 국민협의회(MPR)의 아미엔 라이스(57) 의장이 차기 정권의 중심 인물로 급부상하고 있다.라이스는다음달 1일로 예정됐던 MPR 특별총회를 21일로 앞당겨 소집, 막판 타협을 노리던 와히드의 희망을 좌절시킨 이번 ‘조기축출극’의 각본과 연출을도맡았다. 이 때문에 외신들은 그에게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정권의 ‘킹 메이커’라는 호칭을 부여했다.
그러나 그의 뇌리에는 메가와티 정권의2인자 자리보다는 2004년 선거후 대권에의 야망이 담겨있을 것이라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와히드의 뒤를 잇는 이슬람 대표주자로서의 위상,미국과의 굵은 커넥션 등이 그의 야심을 더욱 부추키고 있다.
이번‘메가와티 반정(反正)’의 1등공신이 된 그는 1999년 10월 대선 때는 와히드를 당선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와히드의 지지기반인 나들라툴울라마(NU) 다음으로 가장 큰 이슬람단체인 ‘무하마디야’의 지도자이자 국민수권당(PAN) 당수인 그는 당시 통일개발당(PPP) 등과 함께 ‘여성대통령후보불가론’을 선언, 메가와티의 꿈을 좌절시켰다.
올들어 와히드의 실정으로 탄핵논의가 제기되자 메가와티와 ‘반와히드 공동전선’을 구축했으나 권력분점안 등을 놓고는 팽팽히 대립해 왔다. 결국 그가 여성이라는이유로 배척해온 메가와티와 손을 맞잡고, 와히드에게 등을 돌린 것은 차기를 노린 고도의 승부수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는최근에도 “2004년까지는 MPR 의장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혀 메가와티가 와히드의 남은 임기를 채운 뒤 2004년 대선에 출마할 뜻을밝혔다.
지난 대선 때도 출마를 선언했으나 4개월 앞서 실시된 총선에서 PAN의 지지율이 7%에 그치자 꿈을 접고 MPR 의장에 취임, 호시탐탐재기의 기회를 노려왔다.
그는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 박사로 인도네시아 최고 명문인 국립 가자마다대 교수를 지냈으며, 미 행정부와 군에 모두 친분이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정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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