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문화현장 21 / 영화 시사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문화현장 21 / 영화 시사회

입력
2001.07.24 00:00
0 0

“공짜 영화 표 없나요?” 1970년대 영화 포스터를 붙이는 대가로 동네 구멍가게에는몇 장의 초대권이 주어졌다. 단골들에게 선심 쓰듯 나누어 주기도 했지만 대부분 싼 값에 팔기도 했다.그러나 지금은 이런 종류의 공짜 티켓은 거의 없다. 영화표 발매가 전산화돼 흔히말하는 공짜표는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면 ‘공짜 영화광’ 들도 멸종(?)된것일까. 아니다. 영화 시사회가 있다. 시사회는 공짜와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의 도락의 현장이자 이제 영화 홍보의 최전선으로 자리잡았다.

▽ 엽기적인 그녀를 만나다

17일 오후 2시. 차태현 전지현 주연의 ‘엽기적인그녀’의 첫 시사회장. 500석 규모의 서울 중앙씨네마 1관에 1시 30분부터 듬성듬성 사람이 들기시작하더니 2시가 되자 50여 명이 서 있다.

신문ㆍ잡지 기자와 영화 스태프, 충무로 영화사의 기획자들, 그리고 이들의 ‘백’을업고 시사회에 입장한 여고생, 여대생들 10여 명.

주인공 차태현과 전지현이 뒷문으로 입장하자 차태현의 ‘광(狂)팬’이선물 상자와 꽃다발을 전하며 말한다. “오빠.” 그러나 가볍게 웃음을 한 번 지은 두 사람은 무대 인사를 위해 연단 위로 오른다.

영화사 직원이두 사람과 곽재용 감독, 원작자 김호식씨에게 인사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전지현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역시 상투적이다. ‘엽기발랄’을 표방한 영화의 주인공조차 시사회 인사말이 ‘예의’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첫 시사’가 주는 묘한 긴장감이 있기는 한 것 같다. 어떤 배우도 이 자리에 서면 떨린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관객반응. 이 짧은 말에도 열광적인 박수가 터지는 것을 보면, 스타를 현장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뻐하는 것이 시사회 열성 관객의 한특성인가 보다.

마이크를 전지현에게 양보한 차태현이 인사말을 하지 않았는데 사회자가 “그럼 곧 영화를 상영하겠다”고 말한다. 차태현 소속사의 한매니저가 소리친다.

“차태현씨 얘기 안했는데요.” 머쓱한 차태현, 마임 같은 동작으로 갈팡질팡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또 웃음이 터진다.

방송용ENG 카메라부터 손바닥만한 디지털 카메라에 일반 사진기까지 30여 대의 카메라가 스타를 에워 싸고 촬영 경쟁을 벌이는 것을 보는 일도 일반 관객에겐매력적인 볼거리다.

그리고 영화 시작.일반적으로 영화기자 시사나 배급자 및 극장주 시사에서는 웃음이 박한 편이지만 ‘엽기적인 그녀’는 아무리 근엄한 자세를 잡고 있어도 웃지 않고는못 배길 만한 영화.

박장대소형부터 ‘빙그레’ 형까지 웃음이 다양하다. 영화를 처음으로 제대로 맛보는 것은 두 주연배우도 마찬가지.

대부분 영화는영화 속 이야기 순서와는 상관없이 촬영해 편집을 하게 된다. 때문에 배우들도 대부분 첫 시사에 참석해 자신의 영화를 온전히 감상한다.

“태현 오빠랑 영화를같이 본다는 게 너무 좋아요. 전에 다른 행사에서 오빠 몇 번 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오빠의 영화도 보고, 오빠도 보니까 좋아요.” “전지현은 생각보다 엄청 날씬하네요.” 시사회에 참석한 여고생, 여대생팬들은 아마 이 날의 추억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영화를 본 소감이며, 전지현의 분홍빛 셔츠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어 안달이 날 것이다.아마 집에 돌아가는대로 인터넷에 글을 올릴 것이다. “당연하죠”라고들말한다.

▽입소문, 그 이상을 노린다

광고, 매스컴 노출과 더불어영화 마케팅의 중요한 요소로 ‘시사회’가 꼽히는 것은 ‘입소문’위력 때문이다.

올 상반기흥행작 ‘선물’은 1만 5,000명의무료 관객을 초청했다. “나 정말 많이 울었다.” 이 말이면 족했다. 많이 보여주고, 많은 입소문을 유발하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 마니아 네티즌들은 시사회 후 준전문가적 시각으로 영화평을 인터넷에 올린다. 가차없이 비판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래도 ‘프리미어’ 시사를 했다는 기쁨이 영화를 좀더 긍정적으로 보게 만든다.

그러면 ‘시사횟수=흥행’의 공식은 언제나 유효한 것일까. 벌써 전국 300만 명 관객을 동원한 ‘신라의 달밤’은 5,000명 가량 시사회를했다.

“이미 ‘주유소 습격사건’의 김상진 감독이 만들어 재미있을 것이란 기대치가 높은 영화였다. 이성재, 차승원 두 출연배우나 영화에 대한 인지도가충분히 높은 상태였으므로 입소문을 더 이상 유발할 필요는 없었다.” 영화 마케팅 경력 7년의 베테랑인 강혜정 좋은영화실장은 ‘적게 보여주기’ 전략을택했다.

대신 남성 관객을 더 많이 초청했다. “20대 여성이 영화선택을 주도한다는 것도 옛말이 된 것 같다. 요즘엔 20대 남자들도 영화 입소문에민감하며 직접 영화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주효했다.

시사회 관객으로 주로 네티즌이 많아진 점도 최근 들어 달라진 점 중의 하나. 예전에는 통신 이용자 시사가 가장 두려웠다.

마구잡이로‘씹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엔 ‘이 부분은 이렇게 전개했으면’ 하는 식의 전문가적 식견으로 영화평을 인터넷에 올리는 네티즌들이 많아 오히려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마케팅의 공격수, 시사회

명필름은 임순례 감독의 신작 ‘와이키키 브러더스’의 시사회에 무려 2만 명을 초청할 계획이다. 임 감독의 영화가 ‘아트 영화일 것”이라고단정하는 관객에게 적극적인 마케팅 방식으로 다가서는 것이다.

‘밴드에 미쳐 본 당신’, 자식과 부모를 동반 초청하는 ‘2040’, 여성직장인을위한 ‘슈퍼우먼 시사회’ 등을 통해 한국 영화로는 최대 규모의 시사회를 예정하고 있다.

“스타가 나오지는 않지만 영화의 완성도만큼은 자신 있기때문이다. 너무 많이 보여주면 유료 관객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서울에서 몇 백 만 관객이 움직이는 시대다. 적극적인 발상의전환도 가능한 시점”이라는 게 노련한 제작자 심재명 대표의 생각이다. ‘사후 입소문’ 대신 ‘사전 입소문’을 유도한다는 계획.

이것은 시사회의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 시사회의 반응을 토대로 향후 마케팅 비용의 규모를 정하는 전통적 입장에서 이제는 마케팅의 공격수로활용하는 단계에까지 이른 것이다.

시사회가 많아지면서 영화 관련 이벤트는 줄어든 것도 요즘의 새로운 현상이다. 영화 주제와 비슷한 커플 선발대회, 닮은 꼴 배우 찾기등의 이벤트는 대부분 협찬을 받아서 진행된다.

그러나 이 경우 협찬사가 “주연 배우를 현장에 대동할 것”등의 단서를 붙인다. 많은 인파를 동원하려면스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시기 힘든’ 배우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느니, 차라리 대규모 시사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 요즘 영화사의 생각이다.

가장 먼저, 게다가 스타와 함께, 그것도 공짜로 영화를 본다는 것. 시사회의 이 매력적인 세 가지 장점은 점점 더 시사회 마니아를 만들어내고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시사회 Q&A

표구하기 온라인 편리 시간 여유있게 도착을

▽ 시사회는 어떤 것이 있나?

영화 편집, 믹싱, 효과 등을 점검하는 기술 시사부터 배급자나 극장주를 초청하는배급 시사, 기자나 평론가를 초청하는 기자 시사, 그리고 일반 시사가 있다.

그럼 관객들은 일반 시사만 갈 수있나?

제작사에서 일반인의 반응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하는 모니터 시사도 있다. 기술시사의 일종으로 음악이나 효과음을 배제한 일종의 ‘생필름’을 보여주는 것으로 주로 25세 미만의 젊은 관객을 알음알음 초청해 반응을 체크한 후 엉성한 부분을 재편집하기도 한다. 30명 정도 초청이 되니까 일반 관객으로서는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

▽ 시사회 표는 어떻게 구하나?

TV나 라디오의 영화 관련 프로그램, 영화 관련 주간지나 월간지, 10대 잡지등 오프라인에서도 사은품으로 티켓을 나누어 주지만 요즘은 온라인을 통한 관객 모집이 더 활성화돼 있다.

다음, 네이버, 라이코스 등의 포털 사이트의영화 사이트나 N키노, 필름 2.0 등 인터넷 영화 전문 사이트, 마이클럽 등 여성 포털 사이트, 천리안 유니텔 하이텔 등 PC 통신 영화 동호회도이용할 만하다.

귀찮으면 그냥 검색 엔진에서 ‘시사회’를 입력하면 정보가 뜬다. 요즘엔 ‘시사회꾼’들이 전문적으로 모이는 시사회 커뮤니티가 활발하다.

의견 교류는 물론 사장될 표를 나누어 갖기도한다. 다음카페 58곳, 프리챌 커뮤니티 56곳, 네티앙 10곳 등. ‘노정식(cafe.daum.net/movieinvolve )’ 같은 곳은 회원이 10만 명.

▽시사회 티켓이 있으면 영화 관람이보장되나?

그렇지 않다. 통상 500석 규모의 시사면 700명 이상을 초청한다. 부도율이높기 때문. 그러나 요즘엔 ‘열성팬’이 많아져 자리가 없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영화시간에 딱 맞춰 갔다간 낭패보기 십상. 공짜엔 노력이 필요한 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