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新중국] (2)글로벌 리더 꿈꾸는 中기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新중국] (2)글로벌 리더 꿈꾸는 中기업

입력
2001.07.24 00:00
0 0

LG는 올 가을 그룹 사장단 전체가 중국 칭다오에 있는 하이얼그룹(海爾集團) 본사를 방문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하이얼은 종업원 3만여명을 거느린 중국 최대의 가전업체. 불과 5~6년전만 해도 LG를 배우겠다며 열성을 보이던 하이얼은 선진 경영기법과 과감한 M&A 등을 통해 세계적 기업으로 급성장, 거꾸로 LG의 벤치마킹 모델이됐다.

하이얼의 생산공장에는 전 직원의 근로 실적표가 벽면에 빼곡히 붙어 있다.

실적이 좋은 직원의 이름 밑엔 빨간색 바탕에 웃는 얼굴이, 그렇지 못한 직원에는 노란색 바탕에 찌푸린 얼굴 스티커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근로 실적표는 매주 작성되고 이는 곧바로 급여로 연결된다.

하이얼의 경영시스템은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다. 개개인의 실적은 모두 돈으로 평가된다. 연공서열이 낄 틈이 없다.

하이얼은 신제품 개발에 공개입찰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입찰형식으로 공모, 판매실적에 따라 가격을 매기는 제도다.

이에 따라 직원들의 급여 차이가 10배 이상 나기도 한다. 하이얼은 1984년 창립 이래 16년만에 1만1,428배의 경이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중국의 힘이 여기에서 나온다. 중국 기업의 다이내믹한 변신이 경제성장의 발원지가 되고 있다. 생산성 향상과 기술 발전을 위해 기존 조직과 봉건적 생각을 버린 지 오래다.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중국 정부는 10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시장경제로의 지향’을 지상과제로 꼽았다.

국가경제무역위원회 리밍싱(李明星) 처장은 “앞으로 5년간은 시장경제체제의 완성을 위해 중요한 시기”라면서 “구조조정도 과거와달리 시장지향적이고 기업이 주도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주식제도의 개혁과 가격 자율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중심축은 이미 민간기업으로 옮겨져 있다. 개혁개방 초기인 80년만해도 절대적 비중(76%)을 차지했던 국유기업의 비중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결과 지난해 전체 공업생산액 기준으로 26% 수준으로 쪼그라 들었다.

대신사기업과 외자기업 등 민간기업의 비중이 3%에서 41%로 급팽창했다.

스톡옵션, 상사평가제, 인센티브 등이 확산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춘란배 국제바둑대회’로 잘 알려진 가전업체 춘란(春蘭)은 지난해 자본금의 25%인 15억 위안(우리나라 돈으로 240억원 정도)을 종업원들에게 나눠줬다.

일종의 종업원 지주제다. 종합가전업체인 TCL은 자회사 주식의 40%를 관리직에게 배분하고, 업적이 목표를 초과하면 배당에 해당되는 금액의 보너스를 주는 유사 스톡옵션제를 실시하고 있다.

중국 최대의 PC 제조판매업체로 아시아 시장을 석권한 베이징의 롄샹그룹(聯想集團)의 사원평가제도는 독특하다.

승진ㆍ급여제도의 정형화된 틀이 없다. 능력위주다. 1~2년 밖에 안된 신입사원이라도 능력만 있다면 예비과정을 거쳐 정식 경영관리직에 오를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인사평가는 상사는 물론, 주변 동료들과 후배들에 의한 ‘360도 평가제’로 이루어진다.

이제 중국 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하이얼은 99년 미국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 대규모 가전제품 공장을 세웠다.

하이얼은 200ℓ 이하 미국 냉장고 시장의 약 20%를 석권하고 있다.

세계적 경영컨설팅사인 맥킨지 조나단윗젤 상하이(上海)소장은 “최근 포춘지가 발표한 세계 500대기업 중에 롄샹과 하이얼 등 3개 업체만 포함됐지만 향후5년 내 그 숫자가 5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중국의 올림픽 유치와 WTO 가입은 시장과 기술력의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중국 기업들에게 기름을 부어주는 ‘짜요’(加油)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조나단 윗젤 맥킨지 상하이 사무소장

중국 기업들은 과연 글로벌 기업으로 세계시장을 점령할 수 있을까.

중국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컨설팅 업체들은 중국 기업의 성장잠재력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글로벌 기업화에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치열한 국제경쟁을 체험하지 못한 탓에 안방시장을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조나단 윗젤 맥킨지 상하이 사무소장은 “전자와 철강, 자동차, 선박 등 각 산업분야에서 중국기업들의 괄목할 성장은 저임금의 장점뿐이 아닌 기술력과 거대한 시장이 뒷받침해줌으로써 가능했다”며 “앞으로WTO 가입이후 2~5년간 중국 중견기업들의 세계화 전략은 한층 가속화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윗젤 소장은 “하이얼이나 바오샨 등과 같은 ‘신 중국’ 기업들은 이제 규모의 경제를 뛰어넘어 강력한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사업집중화 전략에 현재 주력하고 있다”며 “제너럴 일렉트릭(GE)을 성공모델로 벤치마킹하고 있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경제의 과열성장에 대해선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는 “중국기업들은 아직 자금조달을 은행대출에 80% 이상 매달리고 있어 향후 정부의 핵심 개혁 부문인 금융구조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