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인가요? 딴지일보의 발행인 김어준씨가 그간의 기사를 모은 특별판 ‘딴지졸라 스페셜’이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문제는 ‘졸라’라는단어였습니다. 이 말이 ‘X나게’라는 상소리에서 왔다는 사실은 아마 우리나라의 군대 다녀 온 남자, 그들과 대화를 해 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당시 담당 기자는이런 비속어를 쓸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김어준씨와의 협의 하에 ‘딴지 스페셜’이라는 이름으로기사를 냈습니다.
2년 사이 엄청나게 달라졌군요. 패스트푸드 광고에 ‘정의의…(졸라맨)’이 나오고, 어린이 과자의 이름 역시 ‘졸라쫄라’입니다.
영화의 제목이 ‘아치와 씨팍’도 있습니다. ‘아치’는‘양아치’의 줄임말이고, ‘씨팍’은‘씨팍새’의 줄임말로 이 음과 비슷한 욕의 변형입니다.
아마‘비속한 단어’라는 이유로 신문에서 이런 이름을 게재하지 않는다면, “이미 방송사 자체심의, 광고 심의를 다 통과한 광고를 공연히 음해한다”고 저편에서 화를낼지도 모르겠군요.
단어를 파괴하는 것은 아마 권위를 파괴하는 즐거움을 던져줄 게 틀림없습니다.속이 뒤틀릴 때 “정말 나쁜 분이군요”라는 말보다는 “나쁜 X”이라는 말이 훨씬 시원한 것처럼 말이지요.
그러나 말의 ‘근원’은사라지고, 그저 ‘기분’만 남은 세상이 너무 빨리 왔습니다. “어제 독서실에서오빠를 만났는데 절라 잘 생겼더라.
목소리도 끝내주고. XX.” 이 말이 거리낌 없는 소녀는 ‘절라’ ‘XX’의 어원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까요.
너무 보수적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우리 끼리’ 하던 말이 이제 상업적으로 너무 ‘애용’되는 것 같습니다. 하나일 땐 저항이었는데, 여럿이되니 마케팅의 방편으로 지나치게 이용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