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으로 몰렸다는 억울함 때문에 혈서 유언장을 쓰고 목숨을 끊으려 했습니다.”버스운전사홍영안(46ㆍ경기 군포시)씨는 버스 요금 17만여원을 훔친 혐의로 1999년 9월 수원지법에서 징역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으나 9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홍씨는지난 2년간 힘겨운 법정투쟁을 통해 결백을 입증했지만 주변에 이미 도둑으로 낙인 찍혔다. 단란한 가정도 빚더미에 올라 월셋방을 전전하는 등 파탄을 맞았다.
홍씨가 영락없는 요금 도둑으로 몰린 건 버스에 설치된 CC(폐쇄회로)TV로 확인된 승객 수와 홍씨가 납부한 요금이 차이가 난 때문.
재판부는 그러나 “잘못탄 승객이 있거나 다른 이유로 요금을 내지 않은 사람이 있어 이 증거만으로는 홍씨가 요금을 훔쳤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남편은 겨우 잠이 들어도 가위에 눌려 ‘억울하다, 난 도둑이 아냐’라는 잠꼬대를 해요.” 월급 50여만원을 주는 전자부품 공장에 다니며 생계를 꾸려왔던 부인 구위향(41)씨는 무엇보다 남편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쇠약해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홍씨는 지금도 심한 불면증과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1. 중3짜리두 남매가 풀 죽어 있는 모습만 보면 가슴 아프다”는 홍씨는 무죄선고 이후에도 일자리도 주지 않는 B운수의 냉랭한 반응에 또 한번 좌절하고 있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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