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지금 고온 난기류 권에 들어 있다. 예년 같으면 하한기(夏閑期)를 보내고 있어야 할 정치권이 인화성강한 쟁점 현안과 미제(未濟) 이슈들을 품에 안은 채 안팎이 뜨거운 불덩이 여름을 나고 있다.의사일정 미 합의로 국회 문이 닫혀있는 상태에서 여야는 서로를 향해 정조준의 포문을 열어 놓은 채 원외 대결로 줄달음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주 시동을 건 전국 주요도시 순회 시국강연회를 다음 달 말까지 이어가며 여권을지속적으로 압박할 계획이다. 언론사 세무조사 등 정국 현안과 관련한 대국민 홍보전으로 장외의 힘을 추동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8월 임시국회 소집을 여당에 요구하는 양동전략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전국 지구당을 대상으로 국정홍보 행사에 들어갔다. 언론사세무조사는 물론 황장엽(黃長燁)씨 방미,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한일 꽁치잡이 분쟁 등에 관한 당정의 입장을 설명하고 야당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야의 대치는 검찰의 언론사 세무고발 사건 수사 향배에 따라 마찰계수가 결정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한나라당이 검찰 수사 후 국정조사 요구로 선회하고, 여당이 이를 수용할 경우 국회는 다시 여야의 전쟁터가 될 것이다.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 서울 답방 논란과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물밑행보도 여름정국의 감상 포인트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언론사주 구속여부
언론사 사주 구속 여부는 하한정국의 핵심 포인트다. 구속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 정국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여권으로서는 최강의 선택인 셈인데, 야당은 이를 “여권이 밀어붙이기로 작심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대규모 장외집회를 여는 등 극한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에서는 여전히 “원칙이흔들려서는 안된다”는 게 대세다. “여당의 입장에서 (불구속을) 건의는 할 수 있다”(한화갑 최고위원)는 온건론이 살아있지만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하고 결정할 일”이라고 게 당 지도부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한나라당은 “(언론사 사주 구속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입장이다.
무엇보다도 한나라당은 언론사 사주들의 구속 이후 예상되는 시나리오(언론들이 친여 성향으로 변화는 것)가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병렬(崔秉烈) 부총재 등은 “구속을 막기 위해 지금 당장 총력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분위기는 지금까지는구속 쪽에 무게가 실려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도(正道)로 간다”는 언급이나, 친ㆍ인척 등에 대한 수사 강도를 고려한 관측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검찰이 정치권과 무관한 결정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든만큼 현 시점에서 구속이냐 아니냐를 점치기는 쉽지가 않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김위원장 답방 공방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둘러싼 공방과 답방 시기는 향후 정국의 핵심 변수이다. 여권은김 위원장 답방을 조속히 성사시켜 국면을 전환하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반면 야당은 김 위원장 답방의 정치적 의도를 비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은 “야당은 정략적 이해 때문에 남북 화해ㆍ협력을 진전시킬 수 있는 답방에 대해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22일 G8 정상들의 남북정상회담 개최 촉구를 환영하는 논평을 냈다.
반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답방은 약속이므로 지켜지는 게 옳다”면서도 정치적 활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당은 “여권은 답방을 성사시켜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헌법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의구심을 표시했다. 여권에선 연내 답방을 예측하는 시각이 많지만 실제 성사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8월 임시국회
8월 임시국회 소집여부는 하한기 정국에 중요한 변수다. 한나라당은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국정조사 관철 등을 위해 8월 임시국회 소집에 매우 적극적이다.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에서 화급한 법안들을 처리, 다소 느긋한 입장이었으나 가뭄에 이어 장마철 물난리가 계속되자 추경안처리가 급해진 상황이다. 따라서 여야는 8월 중순 이후 임시국회를 여는 쪽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8월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순탄한 의사진행은 힘들어 보인다. 여당은 추경안 처리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반면 야당은 언론사 세무조사 국정조사 관철에 당력을 집중할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를 위한 국회법 개정도 8월 임식국회가 열리면 매듭짓는다는 방침이어서 이를 둘러싼 마찰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4월 국회부터 계속 이월되고 있는 돈세탁방지 관련 법안 처리도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여 대선주자 경쟁
여당의 대선주자들에게는 여름방학이 없다. 대선후보 경선시기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번 여름에 흘린 땀방울이 9월쯤부터 본격화할 대선레이스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각 주자들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지명도를 높이는 한편 당내 레이스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치열한 신경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잠재적 주자들과 킹 메이커들이 하한정국을 틈타 합종연횡을 추진할 경우 당내 세력판도 재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동교동계의 구심력이 유지될지 아니면 유력후보의 원심력이 더 크게 작용할지도 정국의 변수가 된다. 여당 후보의 조기 가시화 여부도 여권내부 및 여야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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