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의 대우와 고합에 대한 조사 결과이들 기업과 대표이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곳곳에서 밝혀져,고질적인 재벌구조조정의 문제가 새삼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옛 대우그룹 계열사의 일부 사장들이 보증책임이나 손해배상소송을 회피하기 위해 1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숨겼다가 적발됐다.
또 고합은 자회사의 주식을 적정 가격보다 높게 인수함으로써회사에 손실을 입힌 것으로 드러났고,한빛은행은 고합 여신에 대한 담보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400억원의 근저당을 잃었다.
한편 부실기업 자금지원이 다시 '밑빠진 독' 속으로 흘러 들 우려를 낳고 있다. 금융기관의 부실기업 자금지원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으나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자구노력은 거의 멈춘 상태이기 때문이다.
채권금융기관들이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으로 지원하여 살려놓자 여유를 찾은 현대건설, 현대석유화학, 고합 등은 "약속을 했어도 회사에 손실을 주는 자구안은 실행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회사의 강력한 자구노력이 병행되지 않으면서 금융기관이 공적자금만퍼붓는 회사는 결국 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올해 초에는 정부와 채권은행단이 과거의 대우채 대위변제와 같이 현대계열사들의 유동성문제 해결에 본격적으로나섬으로써 특혜시비가 일어났다.
이와 같은 현대·대우사태 해결 등에있어서의 정책실패가 국·내외 신인도의 급격한 하락을 이끌었고 그것이 현재의 경제 위기감을 불러온 한 요인으로 보인다.
IMF 사태의 원인 중 하나인 재벌에 대한 구조조정이 3년 이상 추진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조조정이 성과를 거두고있다고 보기 힘들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정부 스스로가 시장원리를 정면으로 거슬러제대로 된 기업구조조정을 포기한 결과이다.
과잉인력과 설비로 인해 파산직전에몰린 기업에서 노조가 구조조정을 거부하는 것은 시장경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장경제의 원칙이란 이익을 내는 기업은 살고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망한다는 아주 간단한 원리이다. 이러한 시장경제의 원칙을 지키면서 재벌구조조정을 원활히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부실기업의 퇴출원칙을 보다 명확히정해야 한다. 당장은 경제위기를 이유로 은행관리인 워크아웃이 법정관리나 화의보다는 더 선호되지만 법적 근거를 가진 효율적 퇴출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워크아웃 대상기업들이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하지 않도록 회생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어떠한 퇴출방식이든 은행이나 법원의 지배 하에 기업을 오래두는 것은 지배구조의 실패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매각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효율성의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둘째,집단소송제도를 즉시 도입해야 한다. 집단소송은 기업의 임원 뿐 아니라 회계감사인을 대상으로할 수도 있어 부실감사를 방지하고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므로 주식 관련뿐만 아니라 모든 부문에서의 집단소송제도를 즉시 도입해야 한다.
이번 경우처럼 도덕적 해이를 범한 전·현직 경영진에 대해계좌추적권을 통해 숨긴 재산을 철저히 추적하여 공적자금의 회수에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재벌총수의 경영전횡을 방지하고 나아가서는 경영책임과 경영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
셋째,시장압력이 작동할 수 있는 기업지배구조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실물부문과 금융부문간의 견제와 균형이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정부의 인위적인힘이 아니라 시장의 힘에 의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구조조정에 대한 원칙을 분명히 하고,앞으로의 구조조정은 이익을 내는기업만이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수익성 개선차원의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강명헌 교수단국대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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