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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夏閑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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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夏閑 정국

입력
2001.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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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여의도 의사당은 벌써 방학기간의 학교처럼 조용해졌다.그러나 엄밀히 따져 방학은 아니다.임시국회 회기는 엄연히 이달 말까지다. 지난 18일 본회의를 끝으로 여야가 사실상 합의하에 국회를 개점휴업상태로 만들어 놓은 것뿐이다.

■이번의 개점휴업은 좀 특이하다. 보통 때 같으면 여야간의 사일정을 합의하지 못한 탓에 문을 열어 놓고도 쉬는 것이지만, 이번은 여야가 사실상 합의 하에 쉬는 것이다.

말하자면 ‘의사일정을갖지 않기로 한 의사일정’ 에 합의한 셈이다. 국회운영을 이끌어 갈 여야의 총무단(여당 총무와 3당의 수석부총무)이이 달 말까지 사이 좋게 외유에 나선 것도 그런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어찌 됐든 16대 개원이래 국회가 합의 하에 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16대 국회는 개원 이후 하루도 쉬지 않았다.여당은 이를 두고 ‘방탄국회’ 라고 몰아붙이는데, 야당은 야당 나름대로 할 말이있는 것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회가 모처럼 여야간 마음이 맞아 쉬는 것이라면 의원들이 그에 걸맞게 휴식도 취하고, 평소에 못다한 공부도 해실력을 쌓으면 좋으련만 돌아가는 사정은 딴판이다.

야당은 전국을 돌며 언론사태와 관련, 규탄대회를 가질 예정이고, 여당은 이에 뒤질세라 대국민국정 홍보전에 나설 태세다.

여당 대변인은 정치 휴전을 제의하면서 “국민적 역량 결집을 위해 국민을 짜증나게 하는 정쟁을 중단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백번 옳은 말이지만, 사실 그 말도 따지고 보면 대야 정치 공세라 할 수 있다.

■예년 같으면 지금이 하한정국(夏閑政局)의 초입이다.정치인들이 연중 유일하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대개 이때쯤이다.

대통령도 7월말께 여름 근무지로 잠시 자리를 옮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국민의 정부 출범이후 하한 정국이란 말이 사라졌다.

정치권에 그만큼 할 일이 많아진 것인지, 아니면 쉬지 않고 정쟁이 계속된 탓인지 도무지 모를일이다.

야당은 8월에도 임시국회를 소집할 것이다. 8월이 지나면 곧바로 9월 정기국회 회기가 된다. 무더운 여름철, 누군가 정치에 한숨 돌리는 여유를 갖게 했으면 좋겠다.

논설위원 이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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