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2008년 올림픽 개최지 확정을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가 열리던 모스크바 회의장. 사마란치 위원장이 베이징(北京)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중국 최대 포탈사이트로 꼽히는 소우후(搜狐)닷컴의 최고경영인(CEO) 장차오양(張朝陽ㆍ37)사장은 두손을 번쩍 들었다.베이징의 명문대인 칭화(淸華)대를 졸업, 9년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연구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대표적 유학파 출신인 그는 중국민간 사절단의 부단장으로 올림픽 유치에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
중국 10대 증권사인 시난증췬(西南證券)의 쑨핑(孫兵ㆍ34)사장은 스추안(四川)성 출신으로 해외 유학파들이 득세하고 있는 상하이 증권시장에서 몇 안되는 토종 증권맨이다. 그는 국가 상업부 산하의 중칭(重慶)상학원 졸업후 중칭국제신탁투자사 영업부직원으로 출발, 10년도 안돼 CEO까지 올랐다.
1999년 11월 중칭시의 4개 중소형 투자 회사들을 합병해 시난증췬을 탄생시킨 쑨 사장은 사이버거래시장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향해 뛰고 있다.
■신중국의 개국원년은 1978년
중국은 청년의 나라다.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을 표방한 1978년을 신중국의 원년으로 삼자면 이제 만 23살의 혈기 왕성한 나이. 지칠 줄 모르는 도전의식과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세계 경제의 틀까지 뒤바꿔 놓고 있다.
특히 개혁개방 이후 시장경제의 원리를 몸에 익히면서 국내외에서 대학을 나온 20~40대 초반의 젊은 엘리트들이 정부, 당, 기업, 연구소 등 각계일선에 전진 배치되면서 중국의 에너지는 더욱 역동적으로 바뀌고 있다.
국가개혁과 금융산업 발전 및 과학기술 개발 등을 위해 젊은 피를 계속 수혈하겠다(녠칭화ㆍ年輕化)는 것이 10차 5개년 계획(2001~2005년)을 추진하는 21세기 중국의 선택이다. 이를 위해 인재의 이동을 가로막는 현행 호구제도 등 각종 낡은 틀까지 뜯어고치고 있다.
국무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중국 전체 공무원 중 40세 이하의 비중은 개혁개방 이전의 53.6%에서 59.3%로 높아져 평균 연령이 40대에서 37.5세로 낮아졌다.
70% 이하(69.7%)에 머물던 대졸출신 비중은77.4%로 높아졌다. 공무원제도가 종신제에서 계약제로 바뀌고 세대교체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이전의 ‘철밥통’은 발붙일 곳을 잃어버렸다.
창립 80주년을 맞으면서 노년기에 접어든 중국 공산당도 386세대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중국 전체 공산당원 6,451만명 중 35세 이하의 당 간부급 인사가 절반 가까이(46%)를 차지하면서 당 간부의 평균 연령대인 ‘마(魔)의 50세 벽’이 무너졌다.
대륙의 젊은 바람은 첨단산업 분야쪽에서 더욱 거세다. 정보통신과 생명공학 등 중국의 하이테크 산업은 젊은 벤처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통신기기 메이커인화웨이(華爲)사의 수석부사장 후용(胡勇)의 나이는 겨우 27세. 이 회사 부사장들의 평균 연령도 34세에 불과하다. 1만5,000명에 이르는 직원중 60% 이상이 석ㆍ박사 출신의 20~30대들이 포진해 있다.
■ 변혁의 기수해외유학파
중국은 무엇보다 해외유학파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 정부는 25만 달러 이상 돼야 기업활동을 허가해주는 외자유치 기준을 유학생 출신의 경우에는 1만 달러로하향 조정했다.
또 창업자금을 지원해주고 각종 세금감면 혜택도 추가로 제공하는 등 유학파 영입에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 외자유치 부서의 경우 유학파는 채용 1순위다.
중국 대학들도 박사자격증을 갖고 돌아오는 유학파들에게 아파트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정착금과 대학교수 평균보다 3~4배나 많은 파격적인 연봉을 보장해주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중국에는 해외 유학파들의 ‘U턴’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시에 따르면 올들어 베이징에만 513명의 유학파들이 귀국, 중국의 실리콘밸리를 자처하는 중콴춘(中關村)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베이징시는 5년안에 5,000여명의 해외인재들이 더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하이(上海)의 장장(長江)하이테크단지에도 유학파들이 넘쳐나고 있다. 상하이시에서 유학생업무를 맡고 있는 황웨이마우(黃渭茂)주임은 “개혁개방 이후 상하이에서만 8만명의 국비유학생들이 해외로 나갔다”며 “이 중 30대 전후의 첨단분야 박사급 인력만 1만8,000여명이 돌아와 상하이 발전을 이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 국무원발전연구센터의위빈(餘斌) 부부장은 “10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중국은 젊은 인재양성에 국가역량을 총 집결하기로 했다”면서 “이를 통해 중국은 새로운 발전을 약속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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