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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 / 남대천 80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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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 / 남대천 80리

입력
2001.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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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천(강원 양양군)은 북쪽으로 흐르는 흔치않은 강 중의 하나다. 오대산(1,563㎙)과 응복산(1,360㎙)의 골짜기를 타고 내려온 계곡수가 깊은 산중에서 한 데 모였다가 양양의 돌투성이 땅덩어리를 따라 북진한다.작은 시내처럼 졸졸 흐르던 물줄기는 양양읍까지 그 폭을 넓히고 결국 맑은 동해와 만난다. 동해안으로 흘러드는 대부분의하천이 시멘트 공장과 송어 양식장 등으로 제 색깔을 잃었지만 남대천은 여전히 건강하다.

짙푸른 물살 속에 은어떼가 반짝거리고 있다. 물에 반쯤잠긴 채 긴 낚싯대를 드리우고 은빛 보석을 건져내는 태공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남대천은 봄과 여름에는 은어, 가을이면 연어가 회귀하는 모천(母川)이다.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넉넉하다.

하류 양양읍에서 상류 법수치리로 이어지는 80리 강줄기는 기암과 하얀 모래톱의 연속이고수많은 지류는 쉴 곳을 찾는 이들을 유혹한다. 잠시나마 회귀의 안온함에 젖어 행복을 느껴볼 만하다.

▼양양교~어성전리(약 22㎞)

남대천의 주류는 하류 양양교(옛다리)에서중류 어성전리에 이르는 20여㎞ 구간. 자동차로 돌아도 좋고 일정을 넉넉하게 잡아 트레킹을 해도 좋다.

모두 8개의 다리를 지그재그로 건너며 남대천을끼고 도는 22㎞의 도로(415번 지방도로)는 포장된 지 몇 해 지나지 않았다. 노면 상태가 좋아 한가롭게 드라이브를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강의 최하류는 은어 낚시터이다. 큰 비가내려 강물이 성을 낼 때를 제외하면 언제나 모래톱이 드러나고 수심도 그리 깊지 않다.

특히 옛다리 주변에 낚시꾼이 많다. 여름 내내 손바닥만한은어가 올라오다가 찬바람이 불면 덩치가 우람한 연어에게 자리를 내 준다.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 수리, 도리, 장리등 예쁜 이름의 마을들이 이어진다. 예사 농촌마을의 모습이 아니다.

마을마다 깔끔한 통나무집이 들어서 있다. 큰 도시 외곽의 전원주택촌을 연상케한다. 대부분 농사를 짓지만 민박도 치기 위해 집을 근사하게 지었다.

어성전(漁城田)은 ‘물고기가 많고 산이 성벽을 이루며 땅이 기름지다’는 의미. 한마디로 사람이 살기에좋다는 뜻이다.

어성전리는 1990년대 들어 오지 여행지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도로가 생긴 이후에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오지는커녕 양양읍과하조대, 강릉을 잇는 교통의 중심지가 됐다. 요즘에는 여름철 가족 여행의 최적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계곡을 따라 사람 허리 정도의 얕은 소가이어지고 울창한 숲이 강변에 그늘을 드리운다. 아무데나 자리를 잡고 물에 풍덩 빠지면 그만이다. 한여름에도 소름이 돋는 차가운 물이 압권이다.

고려 목종 12년에 혜명, 명주 두 대사가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명주사와 용이 하늘로 올랐다는 용소, 양양의 탁장사와 강릉의 권장사가 힘겨루기를 했다는 바듸재 등 전설을 품은 명소도 돌아볼만하다.

▼어성전리~법수치리(약 11㎞)

법수치리는 어성전리에서 약 11㎞ 떨어져있다. 비포장과 시멘트포장이 뒤섞인 길을 따라 간다. 승용차도 무난히 갈 수 있을 정도로 도로의 상태가 좋다.

마을관리휴양지로 지정돼 있어 어른은2,000원, 아이는 1,000원씩의 청소비를 받는다. 대신 종량제 쓰레기 봉투를 준다.

마을 입구의 비포장 도로에 들어서면 전방을 잘 주시해야한다. 나비가 지천이기 때문이다. 나비는 숲 속을 한가롭게 날아다니기도 하지만 물이 고인 찻길에 떼로 몰려있기도 하다.

사람이나 차를 무서워하지않아 동작이 느리다. 무심코 차로 지나치면 한꺼번에 여러 마리가 다치기도 한다.

법수치리는 정말 오지 중의 오지였다. 6ㆍ25때 패퇴하던 인민군이 사람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이 골짜기를 건너다가 매복했던 우리 군경과 큰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그 이후로도 법수치리는 산나물과약초로 삶을 이어가던 산골마을이었다. 몇몇 오지 여행가들에 의해 간혹 소개가 되던 이 마을은 최근 몇 년 사이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전기가 들어오는것은 물론이고 마을의 대부분 가옥이 서양식 혹은 한국식 통나무집으로 개량됐다. 집집마다 가마솥 뚜껑만한 위성수신안테나를 설치해 놓고 TV를 시청한다.이동 전화도 송수신상태가 훌륭하다.

계속 주민의 수가 줄어들다가 자연 속에서 살고 싶은 외지인들이 들어와 정착하면서 다시 가구수가 늘고 있다.현재 20여 가구가 산다.

이 마을의 특산물은 표고버섯과 토종꿀. 해발400여㎙에 위치한 덕분에 이 곳의 표고버섯은 양양군에서도 최상품으로 친다.

조금 숲이 짙다 싶으면 아래 그늘에는 어김없이 표고버섯을 재배하는나무둥치가 늘어서 있다. 그 옆으로 통나무를 잘라 만든 토종벌통이 이어진다.

법수치리 여행의 정점은 역시 물이다. 길과마을을 따라 계곡물이 쉼 없이 흐른다. 하얀 돌덩어리는 물에 닦여 반짝거릴 정도이다.

아무데서나 바위에 올라 앉아 쉬다가 마음이 내킬 때 물 속에몸을 담그면 된다.

권오현 기자

koh@hk.co.kr

■남대천 은어낚시

은어는 강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유년기를 보낸 후 다시 강에서 성숙기를 보내는 단년생 민물고기이다.

강바닥의 자갈이나 바위 사이에서 부화한 은어의 자어(仔魚)는 바다로 흘러들어가 그곳에서 성육과 변태과정을 거쳐 치어가 된뒤 5월께 모천으로 돌아온다.

성어가 된 은어는 9, 10월에 알을 낳은 후 생을 마감한다. 살에서 수박향이 나는 은어는 미식가들에게 사랑을 받아온물고기.

칼집을 내고 왕소금을 뿌려 석쇠에 굽는 은어구이나 콩나물밥처럼 밥에 안쳐 양념장이나 고추장을 넣고 비벼먹는 은어밥은 손쉽게 해 먹을 수있는 별미이다. 당연히 인기있는 낚시어종이다.

은어낚시는 그 묘미의 심오함에 있어 낚시중 으뜸으로 친다. 평생 은어낚시에만 매달리는 전문꾼이 있을 정도이다.

깊이 들어갈수록 까다로운 낚시이지만 입문단계는 의외로 쉽다. 4칸 이상의길고 가벼운 낚싯대만 준비하면 현지 낚시점에서 간단하게 채비를 준비할 수 있다.

낚시방법은 털바늘을 이용한 낚시와 씨은어로 낚는 놀림낚시 등 크게두 가지. 초보자는 털바늘낚시가 제격이다.

▦털바늘낚시=수초치기를하듯 낚싯줄을 대의 3분의 2 정도로 줄이고 끝에 털바늘과 봉돌을 단다. 봉돌의 무게는 유속에 따라 변화를 준다.

바늘이 수심의 중간 정도에 머물도록 하면서 위아래로 조금씩 움직여주면 은어가 가짜 미끼를 문다. 은어용 털바늘은 금으로 만든 것이 대부분이어서다소 비싸다.

3,000원대부터 시작해 2만 원이 넘는 것도 있다. 낚시점에서 미리 만들어 놓은 채비를 사는 것이 좋다. 직접 바늘을 묶기가 무척까다롭다.

▦씨은어놀림낚시=놀림낚시는 유난히자기 영역에 대해 집착이 강한 은어의 본능을 이용한 것. 어느 정도 숙련꾼이 애용한다.

털바늘을 이용해 은어를 한 마리 잡아 철사로 코를 꿰 달아나지못하게 하고(씨은어) 꼬리주변까지 늘어지도록 낚시바늘을 맨다.

이 씨은어를 다른 은어가 살만한 곳에 드리우면 그 곳의은어는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줄 알고 맹렬하게 달려들다가 결국 바늘에 걸린다. 은어가 산란 준비로 인해 신경이 예민해지는 늦여름이나 가을에 조과가 탁월한 낚시방법이다.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강릉-7번국도를 이용하는 것과 홍천-인제를 거쳐 한계령을 넘는 것이양양으로 가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

대관령과 한계령에 차가 많이 몰리는 피서철에는 홍천군 내면에서 구룡령을 넘거나 인제군 기린면(현리)에서 필례약수길(일명은비령)로 우회하면 편하게 양양에 닿을 수 있다.

양양교 옛다리 남단에서 415번 지방도로를 이용해 남대천을 거슬러 어성전, 법수치리에 닿는다.군내버스를 이용하면 양양읍에서 어성전까지 갈 수 있다. 배차시간은 1시간 간격.

■먹을 것

산골 음식이 먹을 만하다. 어성전토속음식점(033-672-3493)은 칡냉면,산채백반, 순두부를 파는 집. 구수한 시골내음이 음식마다 배어 있다.

남대천의 으뜸 먹거리는 뚜거리탕. 뚜거리는 망둥어를 닮은 새끼손가락만한 민물고기.남대천의 돌틈에 산다.

된장과 고추장을 섞어 끓이다가 뚜거리를 갈거나 통째로 집어넣고 파와 갖은 양념을 한다. 조피나무잎 가루를 살짝 올려 향을내는데 시원하고 담백해 해장국으로 좋다. 양양교 옛다리 남단에 월웅식당(672-3049) 등 뚜거리탕 전문식당이 몰려 있다.

■쉴 곳

과거 오지였다고 숙박시설이 형편없을 거라 예상하면 오산. 어성전리와 법수치리에운치있는 민박집이 여럿 있다.

어성전에는 통나무 숙박시설 풀빛둥지(033-673-7747)가 인기가 높다. 주안식당(033-673-1513) 사거리식당(673-1529)등 대부분의 식당도 민박을 친다.

법수치리의 응복산방(673-4335)은 ‘제주도에서 온 정원이네’로잘 알려진 곳. 욕실을 갖춘 황토방이 마련돼 있다. 법수산장(672-1343) 등도 계곡물과 가까운 잠자리이다.

415번 도로변의 장리민박(673-6919)도 추천할 만하다. 단체로 야영한 한다면 어성전에 있는 숲속 수련장을 이용하면 좋다. 강릉국유림관리소(671-1815)에서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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