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에서는 통신산업의 구도를 뒤흔들 3강 구도의 통신정책 방향을 제시한 바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정책의 결정, 추진과정에서 이해관계자간의 충돌과 많은 시행착오가 일어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3강 구도 정책도입 이유가 정책도입 때문이라면, 이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초고속접속서비스 시장과 이동전화 시장에서의 출혈경쟁현상을 볼 때 별로 설득력이 없다.
사실상 사업자의 수를 늘려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것은 10여년 전에시도되었던 경쟁실험을 되풀이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간의 치열한 경쟁과 도태를 통해 통신시장은 이미 그 종착역인 경쟁력 있는 소수사업자간의 경쟁형태로 수렴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적인 현실이다.
만약 동기식 3G(3세대 이동전화) 사업 희망자에 대한 유인 제공이 3강구도 도입의 이유라면 이제까지의 정책적 혼선과 정책 유효성 약화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는 마치 “꼬리가 개를 흔드는(The tail wagsthe dog)”격이다.
현재 논의 중인 단계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절차적인 측면에서 정부가 3강 후보로 특정 기업집단이나 컨소시엄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는 것은 정책의 보편성, 중립성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적절치 못하다.
또한시장점유율과 같은 시장성과에 대해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경쟁체제의 활성화와는 근본적으로 상치된다.
설사 적정한 시장점유율이 용인된다고 하더라도 3강 구도를 실현할 수 있는 합리적인 추진수단을 찾기 힘들다.
통신산업에서는 신규사업자가 자신의 힘만으로는 단기간에 기존사업자와 대등한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에 비대칭 규제 혹은차별적 규제가 적용되어 왔다.
본디 비대칭 규제는 과거 독점에서 경쟁으로 이행할 때 지배적 사업자의 경쟁 저해행위를방지하기 위한 소극적 의미로 도입되었다.
수익률규제나 가격상한 규제와 같은 요금규제와 상호접속의무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후 신규사업자의빠른 시장 진입을 돕기 위해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시외와 국제전화시장을 중심으로 기존사업자와 일정 요금격차를 유지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요금규제도 행하여졌다.
그러나 이러한 조처가 실제로 신규사업자의 경쟁력과 자생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였음은 현재 통신시장 구조를 볼 때 쉽게짐작할 수 있다.
아마도 신규사업자에게 일정 시장을 보장할 손쉬운 대안은 현재에도 일부 적용되고 있는접속료의 할인이나 차등화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접속료의 원가기초 산정방식이라는 기본원칙으로 부터의 이탈을 의미할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그 사례를찾기 힘든 기존사업자의 신규사업자에 대한 보조를 뜻한다.
기업의 내부보조는 물론 계열사간 상호보조를 제거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산업정책 현안과제임을볼 때 시대역행적일 수 밖에 없다.
통신산업의 구조조정이 세계적인 통신산업의 침체현상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진행되고있는 것도 문제다.
구미지역의 통신사업자들은 과잉투자와 과열경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전통적인 유선전화 시장의 매출은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이동전화 시장에서도 후발업체는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다.
3G의 사업성에 대한 회의와 4G와의 경쟁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형편이다. 초고속 접속서비스 시장도 무선기술과 전력선 통신과 같은 대체기술의 등장으로 낙관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만약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3강 구도(혹은 2강 1약)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사회적 비용, 즉 퇴출에 따른 혼란과 공적 자금의 투입 가능성이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김재철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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