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 때 어느 노부인이 나에게 우산을 같이 쓰자고 했다.나는 비를 맞는 것을 좋아하지만 노인에 대한 예의를 생각해 감사하다며 우산을 같이 썼다.
나중에 뉴스 등을 통해 올해 여름장마비가 이례적으로 많은 양을 기록했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는 것을 알게됐다. 일종의 국가적 재해였다.
6월 중순에서 다음해 5월까지 우기가 지속되는 유럽의 북구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온 나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내가 살던 스웨덴에 비하면 이곳의 비는 ‘소나기’에 불과하다. 한국에선 일주일 내내 비가 오는 경우나 강한 태풍을 동반하는 경우도 드물다. 또 장마철에도 매일 몇 시간씩은해를 볼 수 있다.
이런 얘기를 해서 될지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한국의 여름비를 정말 좋아한다. 30도의 기온에서 내리는 이 곳의 비는 그저 기쁠 뿐이다.
나는 서울 이문동에서 청량리까지 산보를 하며 그냥 옷이 젖도록 내버려 둔다. 고향에대한 향수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비를 맞는 것은 땀으로 젖는 것보다는 훨씬 즐거운 일이다.
장마를 겪기 전까지 나는 한국 사람들이 왜 비를 두려워하는 지 이해하지 못했다. 어디다 늘 그렇게 두고 다니는지 비가 한 방울이라도 오기 시작하면 모두가 우산을 하나씩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거리의 노점상들도 비가 오면 가끔 문을 닫고 지난 주말에는 많은 상점이 비가온다는 이유로 문을 닫은 것을 보았다.
나는 아침에 샤워할 때도 뜨거운 물이 아닌 찬 물로 하고 감기에 걸려 열이 날 때도 뜨거운 음료가 아닌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행여나 우산이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곧 지하철에 우산을 파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난 우산을 가져 본 적이 없다.
물론 내가 장갑이나 스카프처럼 우산을 잘 잃어버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고향 사람들은 우산을 거의사용하지 않는다.
잠깐 다른 얘기를 하나 하자면, 우산 때문에 사람으로 가득찬 서울 거리를 빗 속에서 걷는 것은 정말 힘들다.
나는 스웨덴에서는 보통 키인 181cm의 키를 가지고 있는데 우산은 보통 내 눈의 높이에 와 닿는다. 한국 사람들은 대개 예의 바르지만 단 두가지 경우 옆 사람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문을 열고 닫을 때, 그리고 길을 다닐 때다. 가끔은 그들이 내 목 가까이로 우산을 기울여 셔츠 속으로물을 쏟아 붓기도 한다.
한국은 월드컵을 준비 중이다. 나는 서울시 의회가 월드컵 기간만이라도 우산 사용을 금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있다.
나만큼 한국에서 비 맞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드물겠지만 이번 장마를 겪으면서난생 처음 비를 두려워하게 됐다는 것을 밝히고싶다.
한국에서의 비는 살인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번 장마로 많은 한국인들이 숨졌다.
도로는 물론 서울에 있는 지하철역까지 홍수에 잠겼다.스웨덴에서는 있을 수 없는 현상으로 이는 당국의 관리가 잘못된 탓이라는 느낌이다.
서울은 거대한 인공의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는 충분한 하수구가 없다면 스며들지 못하고 땅 위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관리를 못하면 엄청난 재해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것은 도시계획, 그리고 정치인들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같은 사고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스웨덴 옛말에 “날씨가 나쁜 게 아니라 차림새가 나빴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아마도 사람들이 대비를 잘 못한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스벤 울로프 울손 한국 외대 스칸디나비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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