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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게임산업 속빈 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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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게임산업 속빈 강정

입력
2001.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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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꼽히던 게임산업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지난해 약 3조원 규모였던 국내 게임산업의 시장규모는 전반적인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거듭해 올해 약 3조5,000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게임산업의 내실은‘외화내빈’이다. 소수업체의 지나친 과점과 정부의 지원 미흡,특정 분야의 낙후성 때문이다.

▼지나친 과점현상

현재 국내에는 무려 1,000개 이상의 게임업체가 있다. 그러나 매출의 대부분은 분야별 상위 5개 업체의 몫이다.

상반기에 810억원대 시장을 형성한 PC게임의 경우 한빛소프트가‘디아블로2’, ‘스타크래프트’ 판매에 힘입어 380억원의 매출을 기록, 46%를 점유했다. 여기에 EA코리아, 판타그램, 위자드소프트, 이소프넷 등 상위5개 업체의 매출을 합치면 전체 시장의 70%가 넘는다.

올 상반기에 1,000억원대를 돌파한 온라인게임시장에서도 ‘리니지’를앞세운 엔씨소프트가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20억원대의 시장을형성한 모바일 게임의 경우 월 2,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업체는 상위 10여개에 불과하다.

이 같은 과점현상은 내실있는 업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장미빛환상을 품고 앞다퉈 뛰어든 1,000여개의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수십억원의 대작 개발비를 조달하거나 거액의 로열티를 들여 해외 인기게임을들여올 수 있는 곳은 극소수다. 나머지는 개발비는 커녕 직원들 월급조차 주기 힘들 정도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 개발업체의 P사장은 “국내게임산업에 투입된 인력과 자금이 너무 잘게 쪼개져 있어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외국은 EA, 비방디, 세가, 소니처럼 대형 퍼블리셔(판매업체)아래 군소 개발업체들이 모여 응집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히트작이나온다”고 말했다.

▼과시 행정 및 미흡한 지원

현재 게임산업에는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등 3개 부처가 다리를 걸치고 있다. 이들은 게임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게임종합지원센터,게임제작협회, 프로게임협회, 게임학회, 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게임유통협회(이상 문화부), 첨단게임산업협회, 게임협회, 컴퓨터게임학회(이상 정통부),게임기산업협회, 게임개발협회(이상 산자부) 등 10여개의 산하 단체를 만들어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덕분에 늘어난 것은 지원이 아니라 업체들이 부처별 눈치를 보며참여여부를 결정해야 할 각종 행사들이다. 현재 정통부 주최 게임엑스포와, 문화부 주최 대한민국 게임대전 등 매년 열리는 굵직한 게임전시회만 6개에이른다.

여기에 각종 협회와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는 행사까지 포함하면 십여개가 넘는다. 온라인게임업체 관계자는 “참가비를내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행사가 많은데 비해 E3나 도쿄게임쇼 같은 국제행사가 아닌 안방잔치여서 홍보나 비즈니스 효과는극히 적다”고 불평했다.

정부의 지원도 함량미달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주된 성토 대상은 문화부 산하의 게임종합지원센터. 업체 관계자는 “국내 게임산업의 현황을 알기 위해 상반기 실적 등여러가지 자료를 요청했으나 제대로 준비된게 하나도 없었다”며 “해당 공무원이 심지어 게임장르조차 구분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산하 단체를 통해 업체들을 관리하겠다는 관료적 발상을 버리고 기술지원, 전문인력양성, 관련자료 구비 등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낙후된 비디오게임 및 아케이드 게임

아직까지 세계게임시장의 주력은 전자오락실용 게임인 아케이드게임과 가정용 게임기를 이용한 비디오게임이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와가트너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아케이드 게임의 세계 시장 규모는 PC게임의 10배가 넘는 267억달러였으며 비디오게임은 138억달러였다. 올해는 각각5%와 13%의 성장율을 보여 아케이드 게임은 280억달러, 비디오게임은 156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아케이드 게임은 신작의 부재와 전자오락실 이용자의감소로 1999년 약 5,900억원, 지난해 5,850억원, 올해 약 5,800억원(업계 추정치)으로 점차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

비디오게임은 더욱 심각하다.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정식 취급하는업체가 없다보니 모두 불법유통되고 있으며 당연히 개발업체도 거의 없어 세계 시장에서 국내 비디오게임산업의 경쟁력은 제로에 가깝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련업계는 “내년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비디오게임기인 ‘엑스박스’가 국내에 공식 상륙하고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 닌텐도의 ‘게임큐브’가뒤를 이어 들어오면 국내 시장은 고스란히 외국 업체의 잔칫상이 돼버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서둘러 정부차원에서 관련분야를 육성하는 지원책과 제도적인 준비를 갖춰야한다는 얘기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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