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강한 달러’ 정책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면서 ‘엔저(低)’에 모든 희망을 걸어온 일본 경제가 불안에 떨고 있다. 일본 전문가들은 달러가가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달러 가치 하락이 미국 경기를 자극할 수는 있지만, 각국의 증권투자 자금이 유출될 경우 커다란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완만한 달러고(高) 수정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그러나 완만한 달러저도 디플레이션 국면에 들어선 일본 경제에는 치명적이다.
일본경제는 만성적 소비 불황에 기업의 설비투자, 광공업 생산의 감소까지 겹쳐 있다. 그동안 경기 후퇴를 늦춰 온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는 무역흑자가 20.6%나 줄었지만 수출은7.2% 늘었다. 그러나 올들어 6월까지 무역흑자가 12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물론 4월부터는 수출 자체가 줄고 있다.
정부가 대응할 마땅한 정책 수단도 없다.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구조개혁 정책상 공공투자 등 경기 부양책은 기대하기 어렵다.
엔저는 일본 경제가기댈 유일한 언덕이었다. 정부와 중앙은행도 수출과 무역흑자를 회복시켜 수요를 자극하고, 수입 물가를 끌어 올려 디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엔저의 효과를 공공연하게 언급해왔다. 구미에 엔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중국에 위안(元)화의 평가 절상을 요구해 온 것도 수출 시장의 잠식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미일 양국이 경기 자극을 위해 자국 통화의 약세를 다투게 될 가능성이 대두했으니 일본은 막막할 수 밖에 없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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