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오는25일부터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8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회의 개막 1주일을 앞두고 내세운 돌연한 불참이유는 ‘여러가지 국내사정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 나름의 불가피한 사정이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이 스스로 예측할 수 없는존재임을 다시 한번 국제사회에 각인 시킨 셈이다.
가뜩이나 이번 하노이 회의는그 동안 소강 내지 단절상태의 남북 및 북미대화 재개의 탐색이 기대됐던 터라 백남순의 불참은 못내 아쉽다.
미국의 콜린 파월 국무 장관과 한승수외교부 장관 등이 백남순과 만나 북미 및 남북대화 재개 문제 등 쌍무적인 관심사의 심도 있는 논의가 이미 예고돼 왔었다. 백남순의 돌연한 불참은 이런 기대를 무산시켰다.
거듭 지적하지만 북한이 국제사회에서책임 있는 일원이 되려면 무엇보다 신뢰를 쌓는 일이 필요하다.
이런 예측을 불가능케 하는 행동으로는 믿음은 커녕 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다. 특히ARF같은 다자간 회의에서 북한이 ‘왕따’를 당하게 되면 북한의 위신은 회복 불능의 지경에 이르게 된다.
잘 알다시피 북한은 작년7월 우리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ARF에 23번째 회원국으로 정식 가입했다.
남북정상회담 직후여서 당시 북한의 정식가입은 ARF회원국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은바 있다. 그럼에도 북한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백남순의 참석을 백지화함으로써 상당한 외교적 손실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게됐다.
북한은 파종기의 긴 한발과 장마피해로 올해도 극심한 식량난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ARF회의에 앞서 베트남 등 동남아 쌀 주산지를 순방한것도 그들의 식량난 타개책과 무관하지 않은 줄 안다.
만약 북한이 보다 전략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면 쌀 주산지 국가들이 망라된 ARF같은 다자간회의를 외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은 허종 순회대사를 대신수석대표로 참석 시킬 것이라 한다. 이는 북한이 이번 회의를 통해 한국이나 미국과 알맹이 있는 대화를 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백남순불참의 진정한 까닭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다만 북한이 미국측의 대화제의에 확고한 입장을 마련치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만약 이것이 회의불참 사유라면 북한의 한심한 외교력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 기회를 포기하는 자에게 미래가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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