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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산자부의 보도자료 베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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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산자부의 보도자료 베끼기

입력
2001.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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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최근 ‘한국의수출국 시장점유율 변화’라는 제목으로 20여 페이지 분량의 야심찬 보도자료를 냈다.우리 수출산업의 지역별 편중도를 살펴보기 위해 상당기간 정성을 들인 기획인 셈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상급기관인 산업자원부에서 같은 자료를 냈다.

경위는 산자부가 이 날 배포할예정이던 보도자료가 준비소홀로 낼 수 없게 되자 KOTRA 자료를 일부 각색해 자료를 낸 것이다.

지난 주에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매년 배포해오던국가공단 입주업체의 하계 휴가계획 분석자료를 가로채기도 했다.

공단 관계자는 “조사ㆍ분석은 우리기관이 매년 해오던 것이지만 산자부에서 보도자료 배포 시 사전협의를 요구해왔다”며 “협의 과정에 그렇게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합리한 홍보 경쟁은 정부의 ‘홍보실적평가제’ 에 기인한다. 국정홍보처가 부처별 홍보실적을 평가해 매년 순위를 매김에 따라 각 부처도 실ㆍ국별 보도자료 배포 경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다.

산자부의 경우 국장급 이상 간부의 근무평가 및 연봉책정 기준 항목에 보도자료 배포 실적이 포함돼 있다.

평점도 보안, 기강등 7개 평가항목 가운데 ‘정책개발’과 함께 최고 등급인 15%. 실ㆍ국별 보도자료를 할당하는식의 무리한 계획으로 당초 예고한 자료를 못내는 일도 빚어져 최근에는 ‘하반기 주요업종경기전망’ 자료를 예고 없이 배포 연기해 ‘전망이 어두우니까 일부러 발표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당연히 하급 직원들의 부담과 불만도 비등하고 있다. 한 직원은 “내실은 보지않고 외형적 실적만 평가하다 보니 하급자들만 피곤하다”고말했다.

청와대 국무조정실은 19일부터 이 달 말까지 31개 중앙 행정기관과 16개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공직기강 실태를 점검한다.

주요 점검 사항 가운데 하나가 ‘열심히 일하는 공직분위기 조성 노력’이다. 보도자료를 베껴 내는 것이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평가돼서는 안된다.

경제부=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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