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 의원 선출방식과 후보 기탁금제가 위헌이고, 1인1표제가 한정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정치인은 물론, 국민들의 입장에서도 충격임은 틀림없다.오래 전부터 있어 온 선거제도가 어느날 갑자기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니,선뜻 수긍키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헌재의 결정은 말 그대로 헌법적 심판이다. 선거법 내용이 헌법에 합치하느냐 여부를 물은 데 대해, 검토해본 결과 헌법에 명시된 직접선거의 원칙, 평등선거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본 것뿐인 것이다.
따라서 헌재 결정이 비록 충격일지라도 정치권에서 이를‘환영’ 또는 ‘당혹’의 자세로 받아들이는것은 한마디로 난센스라 할 만하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다행스럽게도 정치적으로 타이밍이 좋은 시점에 이뤄졌다. 다음국회의원 선거가 2004년에 실시되고, 그에 앞서 정권의 향배를 가를 대통령 선거가 치러짐으로써 개정 선거법이 지금의 특정 정당 또는 특정 정치인의 이해 득실과 무관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야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다는 허심탄회한 자세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선거법을 헌법정신에 맞게 손질하면되는 것이다.
여야는 기탁금 제도와 관련된 사안은 적어도 국회의원 재ㆍ보선이 실시되는 10월25일이전에, 비례대표와 관련된 사안은 지방자치 선거가 실시되는 내년 6월 이전에 개정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헌재의 위헌결정은 국회의원 선거에 국한하지만,헌법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는 비례대표를 뽑는 광역의회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마땅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거법만큼 정당의 이해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법은 없다. 여야는 당장 비례대표 선출방법과 1인1표제에 손질을 가할 것이지만, 아마도여기서 끝나지 않고 선거구제 등 원점에서부터 격렬한 논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개정 선거법이 효력을 발생하는 시기는 차기대선 이후로 지금의 정국구도와 무관할 수 있다는 점을 여야는 유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느 제도건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고, 제도 자체보다는 운영에 문제가 있었다는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지역구 및 전국구 공천 등에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선거가 매번 불법 타락선거로 얼룩져 왔다는 점을상기할 때, 정치권은 이번 헌재의 결정을 선거제도 대개혁의 기회로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깨끗한 정치풍토를 만들기 위해 이보다 더 좋은계기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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