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께 미국의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아시아 경제가 덩달아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홍콩의 시사주간지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FEER)는 최신호(26일자)에서 미국 경기 회복이 기업들의정보기술(IT) 투자 확대로 이어져 컴퓨터 등 IT 하드웨어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아시아 경제에 ‘구원투수’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섣부른 낙관이라고 지적했다.
현재의 상황은 저금리와 주식시장 활황, Y2K에 대한 불안 등이 겹쳐 기업들이 IT 투자를 서로 확대함으로써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위기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었던 2년 전과는 딴판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전망의 주된 근거는 미국 기업들이 지난 몇 년 간 IT 분야에 필요 이상으로 투자를 했다는것이다.
미국의 투자 자문회사인 모건 스탠리에 따르면 IT 분야 과잉투자 규모는 2,000억~4,000억 달러에 달한다. 따라서 올들어 6번이나 단행된 금리 인하와 조지 W 부시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미국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더라도 기업들이 당장 IT 투자를 늘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IT 투자 위축은 이미 현실화했다. 5월 미국 컴퓨터 및 전자제품 수요가 1년 전보다 35.5%나 줄었고 64메가 D램 반도체 가격이 지난해 1월에서 올 7월 사이 무려 90% 폭락했다. 그 결과 전체 수출의 50% 이상이 전자 제품인 싱가포르는 이미 침체에 빠졌고 대만도 그 뒤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CSFB 홍콩지사 수석 분석가 동 타오는 “3ㆍ4분기에 심각한 수출 부진이 우려되며 올한해 아시아 수출 규모는 30~40% 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싱가포르 프리드리히 우 무역산업부 장관도 “아시아 전자제품에 대한 미국내 수요가 앞으로 9개월 간은 회복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욱이 기업들의 IT 투자의 무게중심이 한꺼번에 엄청난 돈을 들여야 하는 하드웨어에서 적은 투자로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로 전환되고 있어 하드웨어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전망을 한층 어둡게 하고 있다.
FEER는 이 같은 이유로아시아 경제 침체가 1997~98년 이 지역을 강타한 경제위기보다 훨씬 심각하고 더 오래갈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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