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 민속촌. 한 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높은 기온의 날씨만큼이나요즘 안방의 시청자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SBS 대하사극 ‘여인천하’ 촬영이 한창 진행중이다.사람들이 촬영장 주변으로 몰려 든다. 그리고 윤원형(이덕화)과 혼례를 올리는 정난정(강수연)의 모습에시선을 집중한다.
그리고 이내 눈길을 옮긴다. 정난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평양 기생 옥매향 역을 하는 박주미(29)에게.
‘여인천하’ 의 김재형 PD는 트레 머리를 한 박주미를 향해 “단원 김홍도가 살아있다면모델로 썼을 한국적 미인의 전형”이라고 칭찬한다.
얼굴이 빨개진 그녀는 “기생의상이 잘 어울리나요?” 라는 질문을 던진다. 물론 잘 어울린다. “사극은‘허준’ 에 이어 두번째 입니다.
사극은 표정과 대사를 현대극보다 크게 해야 하기 때문에 힘이 들어요.하지만 상상력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 나만의 캐릭터를 연출할 수 있어 좋습니다.”
그 동안 박주미는 ‘여인천하’ 가 뜬 만큼 시청자에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스크린 스타로 오랜만에 안방극장을 찾은 강수연이 시청자의 관심을 집중시킨데다 드라마의 갈등과 대립이 문정왕후(전인화)와 경빈 박씨(도지원)를 중심으로 전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이 중반을 치닫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박주미의 뛰어나면서도 독특한평안도 사투리 대사와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가 평양 기생 캐릭터를 잘 그려내 시선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평안도사투리를 평소에 접해 보지 못해 애를 먹었습니다. 평안도 사투리를 잘 하는 선배 김을동씨를 찾아가 억양, 어투 등을배웠어요. 그리고 극본이 나오면 20여 회 이상 소리 내서 읽어요.”
옥매향은 권력의 핵심부로 진입해 천하를 휘어잡는 정난정과 문정왕후와는 다른 방식으로 여인천하를 꿈꾸는 인물이다.
뭇 사내들을 사로 잡으면서 세상까지 거머쥐는 옥매향은 이 드라마가 왕실의 이야기로만 보일 수 있는 흐름을 백성들에게까지 확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똑 부러지는 성격인 옥매향을 연기하려면 어미를 끌지말아야 하는데 대사가 사투리여서 쉽지 않아요.
의리파인데다 기생이니까 애교도 넘쳐야하고 성격이 복잡한 인물이 바로옥매향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실제 성격은 극중 옥매향과는 사뭇 다르다. “저요. 흐리멍텅하고 우유부단해요.” 잔잔하게 웃는다.
그녀는 ‘여인천하’를하면서 개인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6월 동갑내기 사업가와 결혼을 했다. 떠들썩하게 호화결혼식을 한 일부 연예인들과달리 조용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소문도 나고 이왕 할 거면 빨리 하자는 생각에 드라마 출연 도중에 결혼식을 올렸어요. 그 동안 혼자서 제 연기를 모니터했는데 이제는 남편이 제가 보지 못한 면을 많이 지적해주고 있습니다.”
박주미는 결혼이 연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신혼이지만결혼으로 인해 감정이 풍부해지는 것 같아요. 감성 연기를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요. 연기의 폭도 넓어지고요.”
‘여인천하’ 가 끝나면 대학에 진학할 생각이다. 체계적인 연기론을 공부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1992년 MBC 탤런트 공채로 연기자로 입문한 후 연기력 부족을 지적받았던 그가 요즘 옥매향으로 화려한 비상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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