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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숙제도 '外注'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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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숙제도 '外注'시대

입력
2001.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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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주부 신모(41ㆍ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씨. 최근 견학문부터 발명품까지 모든 방학숙제를 대신해 준다는 한 숙제 대행업체에 20만원을 선뜻 지불했다.“딸아이(10)가 방학 중에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가 숙제 할 시간이 없어요. 복잡하고 번거로운 학교 숙제에 매달리느라 방학을 흐지부지 보내게 할 순 없죠.”

지난해 D대 미대를 졸업한 최모(26ㆍ여)씨는 초등학교 방학을 앞두고 벌써부터 밀려드는 미술숙제 주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학기 중에 작품 당 2만~3만원씩 받고 숙제를 대신 해줘 상당한 수입을 올렸다는 최씨는 “방학을 맞아 ‘한몫’ 챙기려고 단단히 벼르는 친구들도 있다”고 전했다.

방학숙제도 사고파는 시대다. 개학 전날 밤새워 밀린 숙제를 하거나 부모가 자녀의 숙제를 도와주는 정겨운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원하는 주제와 문체로 독후감, 기행문, 영작문 등을 써주는 ‘대필 아르바이트’와 모든 방학숙제를 대신 해주는 ‘방학숙제 패키지’ 까지 등장, 학부모와 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실시간 휴대폰 결제 시스템’ 까지 동원한 인터넷 숙제 대행 사이트들에는 ‘중3 수준에 맞게 그리스 로마신화 독후감 써주세요’, ‘방학중 조부모님께 편지 쓰기 해주실 분’ 등 주문 게시물과 ‘어떤 숙제든지 정성껏 해서 메일이나 택배로 보내드립니다.

가격은 메일로 조정’, ‘학년별 관찰일지, 감상문 등 다운로드 하세요. 건당 500원~1,000원’ 등 광고들이 버젓이 올라있다.

보습학원, 대학(원)생 등에게숙제 ‘외주(外周)’를 맡기는 주 고객은 맞벌이 학부모나 각종 학원, 어학캠프 등 과외활동 스케줄이 빡빡하게 잡힌 학생들. 서울 강남구 S보습학원 관계자는 “독후감, 기행문 등 천편일률적인 학교 숙제는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학부모,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며 “관련 학과를 졸업한 주부들이 부업으로 숙제 대행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신귀희(申貴喜)사무국장은 “부모가 자녀에게 숙제를 사주는 것은 아이들 사이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물질만능주의, 도덕불감증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숙제를 통해 성취감과 독립심을 키워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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