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법원이 최근 가출소녀에 숙식을 제공하고 성관계를 맺은 뒤2,000~1만4,000원을 준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5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에 대해 여성단체 및 각계에서 국민의 법 감정에 어긋나는처사라며 비판하고 나섰다.법원은 “대가성을 폭 넓게 인정할 경우 사생활과 애정의 자유라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있다”며 “윤리적 비난과 형사처벌은 다른 문제”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여성단체는 “이번판결은 가부장적 관행에 따른 기능적인 해석에 불과하며 청소년보호법의 입법 취지를 도외시한 것”이라며 반발하고있어귀추가 주목된다.
[합당] 사회윤리·형사처벌 별개 '대가성' 증거없는 상태…
법관으로 재직할 때 재판을 하다가 '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누군가 회초리로 때려주는 일이다'라는생각이 들면서, 잠깐 법복을 벗고 내려가 혼을 내주고 싶은 때가 있었다.
구속영장을 심사하다가 대법원에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과 같은 사건에 대하여 청구된 영장(물론,정직하지 못한 행동을 한 사람이었다)을 판례번호만을 기재하여 기각한 일이 있는데, 다음 날, 하루 종일 기자들로부터 오는 전화공세에 시달린 일이있었다.
요지를 간추린다면, '나쁜 사람인데, 왜 영장을 기각하였느냐?'는 것이고, 판례를 설명하였더니, '그러면, 그런 행동을 해도 괜찮다는것이냐?'고 되물었다.
해서는 안되는 정도의 행위와 저지르면 형사처벌을 받는 행위를 구별하지 못하여, 사회적으로 비난 받는행동은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행위는 사회적으로 용인되어지는 행위라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법원에서무죄판결을 하는 경우 법원이 그 행위를 비난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였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법원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를 처벌하는 곳이 절대로 아니다. 이것은 법관에게 주어진권한이 아니다.
이것은 가정에, 학교에, 사회에, 종교에 주어진 권한이다. 헌법은 법관에게 그러한 행위들 중 법에 정해진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도록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법관은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확정한 후 법에 처벌하도록 규정한 행위에 해당하면 처벌을 하게 된다.
따라서,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있어야 하고, 증거에 의하여 인정된 사실을 처벌할 수 있는 법규정이 있어야 비로소 법관은 그 행위자를 처벌할수 있게 된다.
이번에 서울지방법원에서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취지는 법률에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산다'는 행위는 서로 대가관계가 있을 때 이루어진다.그 대가는 상대적일 수 있으므로 꼭 일정한 금액이나 기준이 정하여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비록 아주 적은 금액이라도 성교의 대가로 수수된 것이라면이것은 법률에서 처벌하도록 규정한 행위에 해당하지만, 수수된 금액이 크더라도 그것이 성교의 대가라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없다면 형사처벌을 할 수없다.
이 사건에서는 금액의 다과가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라는 청소년의 진술과 전후과정에 비추어 수수된 이익이 성을 사는 행위, 즉 성교의 대가로 주어진 것으로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법관에게 법률에 규정된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을 때에만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권한밖에는주지 않았다.
따라서, 그 밖의 행위에 대하여서는 비록 잠깐 법복을 벗고 내려가 혼내주고 싶은 생각이 들 망정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황덕남 변호사
[부당] 성인男 성적자유만 보호 청소년 특수성은 간과해…
2001년 7월부터 시행되는 ‘청소년성보호법’은 ‘아동ㆍ청소년’은 특별히 사회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대상이라는 청소년보호의 관점에서 제정되어 시행되는 법률이다.
이러한 법률제정취지에 비추어볼 때 15세 소녀와 성관계를 맺은 남성들에 대해 무죄를 내린 서울지방법원의 판결은 ‘청소년’이라는 특수성과 성인 남성의 잘못된 성의식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판결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는 법의 해석을 글자 그대로 기계적으로만 해석을 한데 따른 것으로서 법이 가져야 하는 사회공익적 목적에도 전혀 부합되지 않는 판결이기 때문이다.
판결의 취지는 ‘청소년과 성관계는윤리적 비난이 가해질 수’는 있으나 청소년 성보호법에서 말하는 ‘대가성’은 아니었고 ‘사생활의 자유 또는 애정의 자유라고 하는 국민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무죄라는 논리다.
이 논리가 앞서 말한 청소년보호라는 특수성과 성인남성의 잘못된 성문화에는 물론 법의 글자적인 해석에서조차도 전혀 맞지 않는다고 본다.
사건에 연루된 성인 남성들의 행동양식을볼 때 비록 소녀는 대가성을 기대하고 행동을 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 남성들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무언가 ‘대가’를 지불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보여진다.
재판과정에서는 그 대가라는 것이 비록 두 사람의 관계에서 오는 비용이었다고 보고 있지만 우리사회에서 성인 남성이 오갈 데 없는 15세소녀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일 때는 분명하게 무언가 의도한 것이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만일 그 성인 남성들이 오갈데 없는 소녀를 정말로 돌보아 주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소녀를 설득하여청소년보호시설이나 청소년 상담기관으로 인도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을까?)
이번 판결에서는 성인남성이 취약한청소년의 상황을 악용하는 것을 오히려 성인이 손아랫사람을 돌봐주는 우리사회의 미풍양속인양 여기도록 하는 ‘가부장성’을 간과할 수 없다.
이는 분명성인 남성의 자유에만 관심을 가진 남성의 성생활보호라는 측면이 강한데다 자칫 이번 판결이 청소년에 대한 성적 착취를 용인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있다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만일 2,000원,4,000원이 아닌 5만원, 10만원을 주었다고 하면 대가성으로 보고 이러한 판결을 내렸을까? 성매매 청소년까지 처벌해야 한다는 잘못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때 이러한 판결이 앞으로 청소년 성보호에 끼칠 부정적 영향은 매우 크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현행 청소년 성보호법을 적용함에 있어서 직접적인 대가성의 많고 적음을 판단 하거나 법의 자구 하나하나에 매달려 법을 너무 기능적으로만 해석하는 오류가 없기를 바란다. 법의 사회정의 구현을 기대하는 시민정신에 따른 판결을 기대한다.
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 성상담소-양해경
●외국은 어떤가
가출한 소녀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기소된 5명의 남자에게무죄가 선고되면서 청소년 성매매에 있어서의 ‘대가성’ 범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7월 제정된 청소년성보호법은 2조 2항에 ‘성매매’를“청소년에게 금품이나 편의제공 등 대가를 제공하거나 이를 약속하고 성교 등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있고, 최근까지 ‘청소년성매매’는 사회적으로도 돈을 대가로 미성년과 성인이 성관계를 갖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번 판결 역시 ‘성매매를 전제로 만난 것이 아니며 가출소녀에게 밥과 잠자리 그리고 차비를 제공한 것은 성관계에 따른 대가라고 보기 힘들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의 생각은 “성관계의 대가성을 너무 폭 넓게 인정할 경우 사생활과 애정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여성단체 및 일부 법조계 인사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주된비판의 요지는 청소년보호법의 취지를 너무 좁게 해석했다는 것.
즉 성인과 미성년 사이의 정치적ㆍ경제적인 권력의 차이로 발생하는 성적 착취를 방지하자는것이 법의 도입 목적이라면 ‘대가’의 유무나 그 크기로 ‘청소년 성매매’의범위를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텍사스주 법원에서 15세 소녀와 동의 하에 성관계를 맺은 남성들에게‘성범죄자’ 경고문을 집에 부착하도록 하는 형벌을 내린 판례가있고, 영국과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 유럽국가는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질 경우 대가성의 유무나 동의에 관계없이 무조건 처벌하고 있다.터키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더 엄격해 나이 제한이 18세 미만의 청소년이다.
현재 국내에서 무조건적인 법적 처벌을 받는 것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졌을 경우이다.
이 때는 형법에 따라 동의와 대가성 여부를 떠나 무조건 처벌 받게 되어있다. 하지만 13~18세의 청소년과의 성관계는 특별법인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성매매’가 인정될 경우에 처벌 받게 된다.
박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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