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현행 선거법에 규정된 ‘1인 1표제’하의 비례대표 의원 의석 배분방식을 위헌이라고 결정함에 따라 선거법 개정이 불가피해졌다.앞으로 여야간 선거법 개정 협상은지엽적인 문제가 아닌 선거제도의 큰 골격에 관한 것이어서 득실을 따지는 여야의 신경전도 치열해 질 수 밖에 없다. 더욱이 국회의원 선거가 2년이상 남아 있어 협상이 지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헌재의 결정은같은 방식으로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지자제 선거방식에 대해서도 사실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어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선거법을 개정해야할 필요성도 있다.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 2004년 국회의원 선거 때까지 마냥 시간을 끌 일은 아닌 것이다.
여야가 어떤 전략으로협상에 임할 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지난해 4ㆍ13 총선 전에 진행됐던 협상을 살펴보면 여야의 기본적 입장이 드러난다.
민주당은 당시 권역별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면서 1인2표제로의 전환을 요구했던 만큼 이번 헌재 판결에 고무돼 있다.
당연히 이 같은 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협상안을 마련, 한나라당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민주당 텃밭인 호남의 결속력을 기반으로 호남에서의 비례대표 의석 상실을 최소화하면서 영남에 확실한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주장에 대체로 반대 입장을 보여 왔다. 지난해 선거법 협상 때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여당의 ‘꼼수’라며 비난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비례대표제 자체를 없애자는 주장을 하기도 힘든 형편이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여야 협상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도입 여부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될가능성이 높다.
1인2표제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도 의석 배분을 위한 득표율 하한선 설정 등 미묘한 부분이 많아 이에 대한 협상도 간단치가 않다.
또 1인2표제를 채택하면 군소정당의진출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향후 협상은 교섭단체 기준을 완화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은 물론 중ㆍ대 선거구제로의 변경 문제와 맞물리게 돼 있어 그만큼 여야의 머리 속은 복잡할 수 밖에 없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한정위헌.정당명부제란
▽한정위헌
어떤 법률에 대해“…라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히는 것으로 전면적으로 위헌은 아니지만 합헌 결정을 내리기에는 위헌적 측면이 강한 것으로 판단될 때 내려진다.
이번에 1인1표제는 위헌으로 결정된 비례대표의석 배분 방식의 전제가 된다는 점에서 부수적으로 한정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정당명부제(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지역구 후보와 지지 정당을 동시에 선택하는제도. 후보에게만 투표하는 1인1표제가 아니라 후보와 정당 양쪽에 투표하는 1인2표제가 전제돼야 한다. 이 경우 유권자들이 표를 찍은 지지후보의소속 정당과 지지정당이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A정당 후보를 찍고 B정당을 찍는 경우다. 현재 독일과 일본이 채택하고 있다. 정당명부제 도입시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의 비례대표 중복 출마를 허용할 지는 선택 사항. 독일과 일본은 중복 출마를 허용하고 있다.
16대 총선 전 여야의 선거법협상 때 중복 입후보 허용문제가 논란이 되기도 했으나 정당명부제가 아예 도입되지 않는 바람에 이에 대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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