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거일(55)장편소설 ‘碑銘(비명)을 찾아서’(문학과지성사 발행)가 1987년 출간됐을 때 문단은 충격에 휩싸였다.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이 실패했다는 가정에서 출발, 1980년대 ‘식민지’ 서울을 살아가는 ‘반도인’의 1년을 좇은 이야기다.
평론가들은 이 소설에 ‘대체(代替) 역사소설’이라는이름을 붙였다. 충격을 받기는 독자들도 마찬가지.
여전한 식민지 상황이라는 가정에 섬뜩해 했고, 일본의 군국주의가한국의 군부독재와 그대로 닮았다는 데 경악했다.
상대 출신으로 은행 등에서 일했던 복씨는 어느날 직장을 그만두고 소설 쓰기에 매달렸다. 여러 출판사를전전했지만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작품을 발굴한 것은 문학평론가 고(故) 김현이었다.
복씨는 신춘문예나 문예지 추천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단행본을내는, 당시까지는 없던 방식으로 등단했다. 3판 5쇄(통쇄 42쇄)를 찍었으며, 10만1,000부가 팔렸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